빅딜로 멍든 기업
빅딜로 멍든 기업
  • 승인 2004.05.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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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IMF관리의 경제위기 탈출전에 빅딜이 있다. 자동차, 전자, 유화 등 당시 우리나라 4대그룹의 간판급에 해당하는 사업 중 하나를 상대그룹과 맞교환하는 일종의 윈윈차원의 기업합병전략이다.

 그러나 결과는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강제로 합병시킨 외에 성사된 게 없다. 나중에 기아차가 현대차에 들어가 구태어 설명을 붙이자면 반도체와 자동차 회사 하나씩을 현대그룹에 강제 편입시켜 준 것으로 빅딜의 결말이 났다. 그 뒤 사업체 경영을 보면 그런 강제적 교통정리가 얼마나 국가경제에 손해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LG반도체를 합친 현대전자는 나중에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꿔 외국에 파느니 못 파느니, 금융지원까지 덤을 어떻게 더 얹어야 하느니 마니, 천덕꾸리 신세가 되어 있다. 자동차 부문도 마찬가지다. 기아는 현대에 합쳐졌지만 대우는 GM에 넘겨 아세아 대륙진출 거점이 되고, 기아에 치명상을 입힌 삼성차는 르노만 배를 채워주고 있다.

 현재 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 브랜드를 얻고 있고 현대차는 국내차시장 독점체제를 구가하다시피하고 있다. 대우는 그룹 자체가 없어졌고 LG는 반도체 허리가 부러져 삼성전자와 쌍두마차의 빚을 잃고 있다. 현대전자도 외국매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의 강제합병이나 비합리적인 경쟁체제 해체가 이런 비극을 가져온 것이다. 삼성전자가 잘 된 것같지만 LG와 현대가 함께 치열하게 경쟁할 때와 달리 요새같이 미.일 기업의 공세가 집중되면 혼자 힘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 공격대상을 한 군데로 모아 집중 공략하는 방식은 국제적 기업의 해묵은 작전에 속한다.

 현대차의 경우도, 공룡 GM이 대우를 앞세워 수세에서 공세로 나오고, 르노가 삼성을 내세워 전진기지를 구축하고, 메이저들이 대규모로 침공해 들어오면 국내시장 지키기에 급급한 사태가 올지 모른다. 대우를 죽이고, 기아를 독자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LG반도체를 없앤 국가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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