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과 행복지수
생활체육과 행복지수
  • 승인 2004.05.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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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은 비교적 오랜 내력을 지닌 격언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는 교훈적 잠언(箴言)일수록 그 유래나 근거가 불확실한 경우가 있지만, 그럴수록 인구에 회자(膾炙)되어 감칠맛을 더한다. 육신의 건강과 정신의 건전함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굳이 증명할 필요도 없는 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말이 효용성을 지닌 것일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교훈이 되고 경계를 삼아야 할 일일수록 사람들은 그 일을 소홀히 하기 쉽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교훈과 경계를 소홀히 하기 쉬운 일 중에 으뜸이 건강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건강은 부지불식간에 몸에 붙은 생활습관의 반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의 섭생(攝生)의 습관화가 그 사람의 건강을 좌우하게 된다. 잘못된 생활 습관이 돌이킬 수 없는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생활 습관을 올바르게 설정하고 유지해 나아간다면, 설사 유전적 병인(病因)마저도 어느 정도는 극복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습관을 제2의 천성이라 하지 않는가.

잘못된 생활 습관-섭생의 사례는 매우 흔하다. 흡연과 음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온갖 질병을 초래하는 흡연이 일단 습관화되면 이것을 중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설사 금연을 실현한다 할지라도 이미 흡연으로 인하여 악화된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흡연을 해왔던 시간보다도 훨씬 길고도 힘든 치유의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러고도 일단 손상된 건강을 완전히 원상 복구하거나 좋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음주도 그렇다. 적당한 음주는 사람에 따라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술이 지닌 속성으로 볼 때 그 적당량을 지키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알코올이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결코 담배에 못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허용적인 음주문화와 음주를 부추기기까지 하는 상업성이 팽배하여 음주가 일상화되어 있다. 이렇게 흡연과 음주가 건강을 심각하게 해친다고 알면서도 사람들은 줄담배를 피우고 술고래를 마다하지 않는다. 참으로 순간의 행복(쾌락)을 위해 영원한 불행(고통)을 자초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건강에 유익함을 주는 생활 습관은 무엇일까? 바로 체육의 생활화라고 생각한다. 체육이라면 고도의 기량을 갖춘 프로 선수나 올림픽에서나 구경하는 운동경기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상의 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으로서의 체육을 일러 우리는 ‘생활체육’이라고 부른다. 생활체육은 흡연이나 음주보다 훨씬 쉽고 경비도 들지 않는다. 아무런 준비도 필요 없고, 시설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몸에 붙는 습관이 되도록 생활화하겠다는 의지와 강인한 실천력만 있으면 된다.

하루에 단 한 차례의 맨손체조만이라도 365일 빠뜨리지 않고 행한다면, 어지간한 잔병치레는 졸업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하루에 30분만 생활체육에 투자한다면 신체의 건강은 물론 정신의 건전함도 스스로 보장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생활체육은 경제적인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고 한다. 체육활동에 1달러를 투자하면 3.4달러의 생존비용이 절감되며,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서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10% 증가하면, 연간 1조 3천억 원의 의료비가 절감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의 의지와 몸만으로 이루어지는 생활체육을 위하여 하루에 30분의 투자만으로 얻어지는 효과로는 대단하지 않은가.

시골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생활체육으로서 우슈를 보급한 적이 있다. 불과 한 학기를 실천하고 얻은 결과로는 믿을 수 없는 현상들이 나타나서 학생들과 교사들을 감동시키기도 하였다. 우슈를 생활체육으로 즐기면서부터 학생들의 일상적인 기초 생활 습관이 자리를 잡아갔으며, 자발적으로 면학 정진하는 학풍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역시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잠언이 왜 진리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새벽에도 우리 동네 학교나 공원에서는 생활체육의 힘찬 구령 소리나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분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가정주부들이거나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젊은이들은 다들 어디에 있을까?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하는 것은, 있을 때 저축을 해야 하는 경우와 똑같다. 경제적 낭비만이 낭비가 아니다. 건강의 낭비 역시 돌이킬 수 없는 후회스러운 낭비다. 세월의 수치에 불과한 젊은 나이 하나만 믿고 자신의 건강-섭생에 소홀히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은 국토방위나 경제건설 이전에 건강생활을 위해 반드시 갖추고 실천해야 할 생활윤리이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것은 바로 건강을 두고 생긴 말일 것이다. 온 가족이 하루에 한 차례의 맨손체조나, 하루에 30분만 태극권 심신수련에 투자한다면 가래로 막을 병치레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므로 ‘생활체육’을 생활화하는 것은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의 의무이자 권리이며, 나아가 사회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리는 미룰 수 없는 덕목이다.

이동호(국민생활체육 전국우슈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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