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72>너무 좋아요. 구름을 탄답니다.
평설 금병매 <72>너무 좋아요. 구름을 탄답니다.
  • <최정주 글>
  • 승인 2004.05.25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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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72>

조금이라도 빨리 무대를 재우고 싶은 반금련이 말했다. 낮에 떡을 팔러 돌아다니느라 피곤할텐데도 무대는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어서 자요. 어머, 살이 벌겋게 변했어요. 이러다가 살이 데겠어요.”

“찜질은 그만하구려. 훨씬 부드러워졌소.”

“약이 좋은가 봐요. 그 의원 영감이 참으로 용하다니까요.”

“당신의 정성덕분이요.”

“내가 멀 했다고요. 잠시라도 당신의 맘을 아프게 했다면 용서해주세요.”

“무슨 소리요? 당신이 멀 잘못했다고. 내가 못 난 놈이었소.”

무대가 반금련의 손을 잡아 제 가슴에 얹어놓고는 눈을 감았다. 얼굴을 찡그리며 숨을 색색거리던 숨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진다 싶더니, 고개가 한 쪽으로 꺾어졌다. 무대가 비로소 잠이 든 것이었다.

반금련이 슬며시 손을 빼낼 때였다.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끝에서 느닷없이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웬 고양이가 다 울까?’

반금련이 중얼거리며 이층 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계단 끝에서 왕노파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나야, 색시.”

“아니, 할머니. 안 그래도 갈려고 하는데 왜 오셨어요?”

반금련이 고양이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아까부터 서문나리가 기다리시는구먼. 너무 늦었다고 가시겠다고 성화라서 내가 와 본 것이라구.”

“그 병신이 영 잠이 들어야지요. 어서 가세요.”

서문경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반금련이 서둘렀다. 왕노파가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못 오는 줄 알았소. 돌아갈까 하고 있었소. 그래도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왕할멈을 졸랐소.”

“제가 안 오긴요. 일각이 여삼추였는걸요. 잠시 잠깐도 나리를 못 뵈면 제가 살아있는 것 같지를 않아요. 하루라도 빨리 절 나리 댁으로 데려가 주세요.”

“그러리다, 그러리다.”

서문경이 반금련의 가슴에서 옷을 벗겨내고 한 입 덥썩 물며 손으로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아흥아흥. 반금련의 입에서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서문경이 반금련을 침상으로 밀었다. 마주 닿은 사타구니에서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너무 좋아요. 나리를 만나기만하면 전 구름을 탄답니다. 살을 섞지 않고 안고만 있어도 전 구름 속을 헤맨다니까요. 이것이 사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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