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74>제게 구름을 태워준 사내
평설 금병매 <74>제게 구름을 태워준 사내
  • <최정주 글>
  • 승인 2004.05.27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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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74>

“저도 제가 색을 그리 좋아하는 줄을 몰랐어요. 한번도 제게 구름을 태워준 사내가 없었으니까요. 서문 나리는 얼굴만 뵈어도 정신이 아득해져요.”

“다 짝이 될려니까 그런 것이라우.”

“나리는 가셨는가요?”

“색시가 안 깨어나니까, 가야지 별 수 있소?”

“제가 그리 오랫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어요?”

“그랬다니까, 글쎄. 곧 닭이 울겠구만.”

“무대 놈이 잠에서 깨어났으면 어떡하죠? 새벽 무렵이면 오줌보가 차서 잠을 깨는데.”

반금련이 서둘러 옷매무새를 추스르는데, 왕노파가 혀를 끌끌찼다.

“겁이 나?”

“그래도 서방인데, 무심할수야 없지요.”

“그러니 죽이자구. 사내란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야 만다구.”

“전 못 죽여요. 애착이 있어 그러는 것이 아니라구요. 이날 이때껏 제 손으로 닭모가지 한 번 안 비틀어보았어요. 길을 가다가 개미를 보면 걸음을 조심스레 걸었어요.”

“하면 서문 나리를 포기하던지.”

“예? 이제야 겨우 사는 맛을 알았는데, 포기를 하라구요?”

“서문 나리의 뜻이야. 무대를 택하던지, 자신을 택하던지 양단간에 결단을 내리래. 색시가 무대 놈 옆에 나란히 누어있는 꼴은 상상만해도 숨이 막힌대. 그런 놈을 살리겠다고 약방으로 허둥지둥 달려가는 색시가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가 의심스럽대.”

“서문 나리가 정말 그랬어요?”

“그 분이 비록 잡놈이긴 해도 자기가 사랑하는 계집이 다른 사내와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에 왜 질투가 안 나겠어.”

“그냥 잠만 자는데두요?”

“잠만 자는지, 다른 짓도 하는지, 서문나리가 어찌 알겠어. 사내의 질투는 무서운 것이라구. 서문나리야 워낙 점잖은 분이니까, 색시나 무대놈한테 해꼬지를 하는 대신에 물러서고 말 걸. 혹시 모르지 천금의 돈을 써서라도 새로 첩을 들일지도.”

“첩을 들여요?”

“색시를 잊으려고 그럴지도 모른다니까. 헌 계집을 잊는데는 새 계집이 젤이니까.”

“어떡허죠?”

반금련이 울상을 지었다.

“무대를 죽이라니까. 내가 도와줄게.”

왕노파의 눈이 번들거렸다. 그 모습에 반금련이 진저리를 치면서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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