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善)과 악(惡)
선(善)과 악(惡)
  • 승인 2004.05.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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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善과 惡은 다분히 형이상학적이다. 단순히 좋고 나쁨이 아니라 도덕, 윤리,철학적으로 절대적인 혹은 고정의 개념으로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 작용으로 내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善이 되고 누구에게 惡이 되는지는 일정치 않다. 또 남이 하는 어떤 일이 나에게 善이 될지 혹은 惡이 될지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28일 전주에 롯데백화점이 개장하자 뜻밖에 善.惡 논쟁이 뚜렷하다. 첫날 17만(롯데측 추산)명이 매장을 찾았다고 하니 전주시 인구의 28%가 그곳에 몰렸다는 얘기다. 숫자에 어느 정도 과장이 있고, 전주뿐 아니라 도내 시군에서 온 많은 사람들을 계산해도 엄청난 인파라고 할 수 있다.

 롯데에게는 횡재가 나고 그 안의 임대상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또 질러도 모자랄 지경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참으로 좋은(善) 일이다. 이처럼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것으로 눈이 뒤집히고 환장하는 사람들이 다른 반대편에 있음은 불문가지다.

 한쪽의 즐거운 비명이 크면 클수록 다른 쪽의 속이 뒤집히는 정도도 더욱 거셀 게 뻔하다. 한쪽에서는 善이 억수로 쌓이는데 반대편에게는 惡이 억수로 퍼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이것을 선이라고 하는 측과 악이라고 해야 하는 측이 불가피하게 부딪히는 결과가 온다면 이것은 선일까 악일까.

 善의 효과를 누리는 측은 ‘전주 혹은 지역민의 문화 향수’라는 말까지 동원하고 있다. 새로운 쇼핑 분위기를 말하는 듯도 싶고 보다 고가의 화려한 품목들이 거래되는 곳이란 물질적 척도의 기준이 기저에 있는 듯하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보다 그곳에 가면 문화의 향유도가 높아지는 건지.

 그러그러한 속에 그 반작용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구시가지의 상인들과 자영업자들 그리고 경쟁업종들은 망연자실한 채 악만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죽을 쑬 지역경제도 눈만 멀뚱거리고 있다. 시도 시민도 도도 모두가. 백화점 하나로 이렇게 들쑤시는 지역경제가 애초부터 가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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