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77>네 년이 나를 죽이는구나
평설 금병매 <77>네 년이 나를 죽이는구나
  • <최정주 글>
  • 승인 2004.05.3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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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77>

“아, 그러면 되겠네요. 서문 나리가 현지사하고도 가깝다니까, 현지사한테 무송 도련님을 잘 봐달라는 청을 넣어달라고 해야겠네요.”

“낮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내 부탁을 들어줄까?”

“약을 보내는 걸 보면 모르겠어요? 틀림없이 들어주실 걸요.”

반금련의 말에 무대가 입을 벌리고 흐 웃었다.

“서문 나리가 보내주신 약을 빨리 먹고 싶군. 지금 먹으면 안 될까?”

“탕약에 넣어 먹어도 되지만, 그냥 물과 함께 먹어도 좋다고 했어요.”

“그럼 지금 먹자구. 기운을 썼더니, 가슴이 욱신거려.”

“알았어요. 물 가져올께요.”

반금련이 몸을 일으켜 침실을 나왔다.

‘저 병신이 저 죽을 약인 줄도 모르고 먹겠다고 설치네. 이 일을 어쩐다지? 제 입으로 먹겠다고 했으니까, 못 이긴 체 내버려두는 것이 낫겟지? 서문나리를 내 사람으로 만들려면 어차피 죽여할 할 놈이니까, 약을 먹이는 것이 낫겠지?’

거실에서 잠시 생각에 잠기던 반금련이 물 한 그릇을 떠가지고 침실로 들어갔다.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무대가 약봉지를 열어 하얀 가루약을 한 입에 털어 넣고는 물그릇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물그릇을 넘겨주는 반금련의 손이 덜덜 떨렸다.

“여보, 사실 그 약은....얼른 뱉어요.”

반금련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을 때였다. 물과 함께 약을 목구멍으로 넘긴 무대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약이 쓰군. 이렇게 쓴 약은 또 첨이야.”

“원래가 좋은 약은 많이 쓰다잖아요.”

“그런 모양이야. 너무 쓴 약이야. 쓴만큼 효과도 있겠지?”

그렇게 묻던 무대의 얼굴이 갑자기 험상궂게 일그러지며 손을 침상에 집고 허우적거렸다. 반금련이 약효가 나타나는 것을 알고 얼른 몸을 일으켜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네 년이, 네 년이 나를 죽이는구나.”

무대가 입에서 피를 쏟으며 중얼거렸다.

“내 탓이 아녜요. 난 먹지말라고 했는데, 당신이 스스로 먹었어요. 내 탓이 아녜요.”

반금련이 악을 썼다. 그렇게라도 해야 두려움이 가실 것같았다.

“서문경이 놈, 반금련이 이 년, 내가 너희 두 년놈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죽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너희들을 혼내겠다.”

두 손으로 침상을 집고 끅끅거리던 무대가 앞으로 덜퍽 엎드리며 사지를 덜덜 떨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반금련이 다가가 어깨를 흔들며 여보, 여보, 하고 불렀다. 그러나 무대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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