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심각한 준법의식
청소년의 심각한 준법의식
  • 태조로
  • 승인 2004.06.02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지역 청소년 대다수가 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준법의식 또한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북대학교 법학연구소에 따르면 전북지역 소재 7개 시,군 11개 중,고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법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법적용·법 운용에 대한 인식, 법이나 질서를 위반하는 이유 등에 관하여 조사한 결과, 법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청소년이 응답자의 37.8%에 지나지 않았으며 성인들이 법을 잘 지키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응답자의 7.6%만이 그렇다고 답하고 있어 청소년들이 기성세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법적용과 법 운용의 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2%가 법이 공정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61.2%는 권력이나 재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나아가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라는 인식이 청소년들에게도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응답자의 20.2%만이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우리사회에서 존경받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 법을 지키면 존경 받지 못하고 손해를 본다는 그릇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음도 보여주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응답자의 37.2%만이 최근 1년 사이에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교폭력의 피해학생 중 약 10%는 흉기에 의해 피가 흐를 정도로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는 혹시나 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청소년은 기성세대를 비추는 거울이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보할 가늠자라고 할 때 성인들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건전한 사고와 준법의식을 체득하여 건강하고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어른들이 나서서 뼈아픈 자정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정치인, 기업가 등 사회지도층 인사, 많이 가진 자, 많이 누리고 있는 자 들이 솔선수범하여 자세를 가다듬고 낮은 곳으로 임하는 절제된 처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으로 엄정한 법집행과 위법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이 필요하다. 불사조처럼 되살아나는 부동산투기, 끊일 줄 모르는 공무원사회의 부패, 의료계비리, 불법적인 돈 선거 등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위화감을 심화시키며 나아가서 우리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적폐가 하나, 둘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법원을 비롯하여 검찰, 경찰이 보다 더 소신있는 자세로 사회정의 실현에 나서야 한다. 최근 총선국면을 전후하여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한데 대한 일반국민의 시선이 매우 호의적이라는 점을 깊이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폭력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 일시적인 미봉책이 아니라 학교폭력을 방지하고 준법의식을 높일 수 있는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정규 교과과정의 일환으로 편입시키고 그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끝으로 아동기 때부터 가정에서 질서교육을 생활화시켜야 한다. 예컨대 자기 자식 귀하고 귀엽다고 공공장소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방치한 부모 슬하에서 성장한 아이에게 준법의식이 몸에 배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격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청소년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준법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혼연일체가 되어 더 많은 사색과 고민을 공유하면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천에 옮겨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서거석<전북대학교 법학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