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79>막상 무대가 죽고나니까
평설 금병매 <79>막상 무대가 죽고나니까
  • <최정주 글>
  • 승인 2004.06.02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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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79>

“반부인, 어떻게 된 일이요? 주검을 보니 독살이 분명한데, 부인이 무대한테 독약을 먹인 것이요?”

“나리가 시키신대로 했어요.”

반금련이 대꾸했다.

“내가 시키다니요? 내가 무대를 죽이라고 시켰단 말이요?”

서문경이 무슨 소리냐는 듯 큰 소리로 물었다.

“왕할머니가 약봉지를 주시며 그랬어요. 무대나 나리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고 했다고요. 나리를 택하려면 무대를 죽이라고 했다구요. 안 그랬나요?”

반금련이 따지듯이 말했다.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소. 다 왕할멈이 지어서 한 소리요. 무대의 죽음과 나와는 상관이 없소. 내 핑계는 대지 마시오.”

서문경이 얼굴까지 찡그리며 말할 때였다. 언제 올라와 있었는지 왕노파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니, 나리, 이제와서 발뺌을 하시깁니까? 막상 무대가 죽고나니까 살인누명이라도 쓸까봐 겁이 나나요?”

“누가 겁이 난다고 했습니까?”

“하면 왜 뒤로 물러서시우? 기왕 이렇게 된 것, 어떻게든 잘 수습할 방도를 강구하지 않고요. 사내가 그래서는 큰 일을 못하지요. 어제 분명히 안 그랬소? 반부인을 사랑하는데, 무대가 걸림돌이라구요. 그 말이 무슨 뜻이었소? 걸림돌은 치우는 것이 상책이 아니요? 만약 나리가 발뺌을 하면 내가 가만히 안 있겠소.”

왕노파가 눈까지 부릎뜨며 협박했다.

“누가 발뺌을 한다고 이러십니까?”

서문경도 기분이 나쁜 투로 말했다.

“발뺌이 아니라면 좋소. 이 자리에서 나하고 한 가지만 약속합시다.”

왕노파가 서문경과 반금련을 번갈아 보았다.

“무슨 약속이요?”

두 사람이 동시에 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두 사람은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약속이요.”

“그야 이를 말입니까? 반부인이 걱정되어 새벽부터 달려오는 것을 보면 알조가 아닙니까? 내가 먼저 반부인을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하늘에 맹세코 서문나리를 배신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날 괄시해도 안 되우.”

“왕할멈의 공을 어찌 잊겠소. 남은 여생을 편히 살게 해주겠소.”

서문경의 대답에 왕노파의 입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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