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을 돌리자
해외로 눈을 돌리자
  • 태조로
  • 승인 2004.06.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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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근교에 있는 이 비문을 처음 접하는 순간 전율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 글은 몽골의 전신인 돌궐 제국을 부흥시킨 명장 톤유쿠크의 유훈이다. 징키스칸의 나라 몽골은 이 말처럼 끊임없이 이동하며 알렉산드로 대왕과 나폴레옹, 히틀러가 차지한 땅을 합한 면적보다도 넓은 유라시아 전역을 지배했다.

모든 게 초단위로 숨가쁘게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닫힌 사회’‘고여있는 사고’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변화’의 중요성을 예언자적으로 강조한 톤유쿠크의 비문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몽골 불간(BULGAN)에서는 도내 건설업계의 ‘변화’를 알리는 뜻깊은 기공식이 있었다. 잉크바에라한 몽골 총리를 비롯한 현지 주민 등 2천여 명이 참석한 이날 기공식은 다름 아닌 새한건설(주)가 도내 최초로 해외건설공사 진출이라는 방점을 찍는 자리였다.

새한건설은 이날 기공식을 시작으로 무릎에 닿는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막막한 몽골의 초원 위에 ‘도내 건설업계 최초의 해외공사’라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새한건설은 지난해 말 터키 등 외국 6개사와 치열한 경쟁 끝에 몽골 에르데넷(ERDENET)-불간(BURGAN)-운트(UNT)까지 142㎞에 이르는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낙찰률 87%에 수주했다. 도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공사 수주는 사상 처음으로 당시 관련 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제한된 도내 건설시장에서 수주를 둘러싼 출혈경쟁 등 부작용이 심각한 실정에서 새한건설의 해외진출은 의미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무엇보다 안방에서 벗어나지 못한 도내 건설업계에 인식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중소 건설업체의 해외공사 수주는 만만한 일이 아니어서 이날 기공식까지 숱한 어려움이 뒤따랐다. 특히 은행으로부터 계약이행보증서 받는 과정에서 실감한 높은 벽은 차라리 공사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어려웠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념아래 어려움을 극복, 이날 성대한 기공식을 가졌다.

 ‘차라리 그동안 들어간 경비(5억원)를 포기하더라도 공사를 그만두자’는 내부 직원들의 회의적인 주장을 뒤로하고 계약이행보증서 발급을 강행한 CEO입장에서 이날 기공식에 대한 감회는 남달랐다.

최근 건교부 자료를 보면 올해 국내 도로공사 발주물량은 전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국내 기간산업의 규모는 갈수록 축소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내의 경우도 지난해 한건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가 40%가까이 달하고 있다.

 이는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상대 회사를 헐뜯는 등 비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는 건설업체도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새한건설은 수년 전부터 변화하지 않으면 자멸한다는 위기감에서 서울의 특허기술 보유업체와 연계해 기술을 축적해 왔으며, 국제입찰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몽골 공사 수주에 이어 지난 2월에는 우즈베키스탄의 밭기반 정비사업에서 PQ를 통과, 조만간(6월8일) 입찰을 앞두고 있다.

콜럼부스의 달걀 이야기가 있다. 누구도 달걀을 세우지 못할 때 콜럼부스가 모서리를 깨 달걀을 세우자, 주변 사람들이 ‘그건 나도 할 수 있다’ 비아냥댔다는 이야기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도내 건설업계도 이제는 주어진 환경에 안주해 출혈경쟁을 하기보다는 개발단계에 있는 나라로 활동영역을 넓혀야 한다.

모두들 변화를 말한다. 그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지만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막연한 두려움을 표시한다. 성을 쌓기보다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변화의 패러다임과 동업자의 성공에서 배우려는 성숙한 지혜가 두려움을 다소나마 덜어줄 것으로 믿는다.

이근재<새한건설(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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