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80>검시를 하면 대번에 들통
평설 금병매 <80>검시를 하면 대번에 들통
  • <최정주 글>
  • 승인 2004.06.03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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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80>

“좋아요. 나리의 뜻을 잘 알겠어요. 나도 구차한 얘기는 안 하리다. 우선은 열냥만 내놓으시우. 관을 비롯하여 장례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야하오. 청아현 검시역인 하구도 불러야하오.”

“검시역을 불러요?”

반금련이 겁이 난 얼굴로 물었다.

“검시역의 검시도 없이 입관을 할 수는 없잖우.”

왕노파가 대꾸했다.

“허지만 검시를 하면 대번에 들통이 날텐데요.”

“색시는 별 걱정을 다하우. 돈 많은 서문나리는 어따 쓰려우? 서문나리가 다 알아서 해줄 것이우.”

왕노파의 말에 서문경이 거들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반부인. 하구는 평소에 나하고 가까웠소. 술집에서 만나면 괄세는 하지 않았소. 내 말이라면 무시는 못하리다.”

“그리고 승려도 두어 명 부릅시다.”

“승려까지요?”

반금련의 되물음에 왕노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려를 불러 극락왕생을 비는 것이야,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면 못할 일이지만, 무대의 장례는 이웃들이 다 알게 뻑적지근하게 치루어 줍시다. 그래야, 서문 나리가 반부인을 첩으로 들여도 뒷말이 없을 것이요.”

“왕할멈의 말이 옳소. 그렇게 합시다. 장례를 아주 호사스럽게 치루어줍시다.”

서문경이 전대를 풀어 은전 몇 개를 왕노파에게 건네주었다.

“하구가 오면 틀림없이 무대가 어디서 죽었느냐고 물을 것이요. 이층 침실도 뒤처리를 잘해놓긴 했지만, 아래층에서 죽었다고 합시다.”

“그럴께요. 전 두 분만 믿어요.”

반금련이 일을 착착 진행시키는 왕노파와 서문경이 믿음직스러워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왕노파가 장례준비를 하겠다며 나간 다음이었다. 반금련이 서문경의 가슴에 가만히 안기며 울먹였다.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몰라요. 나리를 사모하는 마음이 아니었으면 못할 짓이었어요. 절대로 절 버리시면 안돼요. 그때는 제가 죽을 거예요.”

“반부인을 죽게 만들 일은 결코 없을 것이요. 날 믿으시오. 부인만을 사랑하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지만, 부인을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소.”

“저도 알아요. 어차피 나리는 한 여자로 만족하실 분이 아니라는 것을요. 지금은 처음이라 물불을 못 가리고 저한테 빠져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실증이 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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