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82>독살을 당한 것이 분명
평설 금병매 <82>독살을 당한 것이 분명
  • <최정주 글>
  • 승인 2004.06.06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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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82>

“맞아요. 저 양반도 어제 저녁을 아주 잘 먹었어요. 가슴이 아프다길래 약방에 가서 탕약을 지어다 닳여주었고요. 그 약을 먹고는 가슴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좋아했는데, 다른 날같으면 오줌을 누러 한 번은 새벽에 일어나야하는데, 안 일어나잖아요. 이상하다 여기고 살펴보았더니, 싸늘하게 식어있었어요. 어찌나 놀랐던지, 지금도 진땀이 나네요. 불쌍한 양반, 떡을 팔아 못 난 마누라 먹여살리겠다고 그리 애를 쓰더니, 결국은 이리 죽고 말았군요. 흐흐흑.”

반금련이 말 끝에 눈물을 흘렸다.

“너무 슬퍼마시우. 부인처럼 아름다우신 분이 울면 내 가슴이 찢어진다우.”

하구가 너스레를 떨며 무대의 주검으로 가서 얼굴을 가린 하얀 수건을 들추고는 찬찬히 살펴보았다. 반금련이 겁에 질린 얼굴로 서문경을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말라고 눈으로 말하며 서문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서문나리. 이걸 좀 보시지요. 예사 죽음이 아니었군요.”

하구가 큰 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요? 예사 죽음이 아니라니요?”

서문경이 급히 다가갔다.

“이걸 좀 보십시오. 얼굴이 완전히 썩은빛이군요. 이건 누가봐도 독살을 당한 것이 분명합니다.”

하구의 말에 반금련이 털썩 주저앉으며 더욱 큰 소리로 울음을 울었다.

“아이고, 나리. 그것이 무슨 말씀이세요? 제 남편이 독살을 당하다니요? 독살에 죽었다면 독살을 시킬 사람은 나 밖에 없는데, 하면 내가 내 남편을 죽였다는 말씀이요?”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하루도 못 되어 시체가 이렇게 썩은 것이 이상해서 해본 소리요.”

하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문경이 무대의 얼굴을 기웃이 들여다 보는 체하며 말했다.

“얼굴빛이 조금 검기는 하군요. 날씨가 더워도 그렇지, 하루도 못 되어 이리 상하다니, 조금 이상하기는 하군요.”

서문경까지 맞장구를 치자 하구가 더욱 큰 소리를 냈다.

“그렇지요? 나리. 나리도 반 의원은 되시니까, 바로 알아보겠지요? 예사 죽음은 아니지요?”

“그러게 말이요. 꼭 오해받기 좋을만하군요. 검시역 나리는 검시를 많이 해보았으니까, 잘 알겠지만, 시체마다 조금씩은 색깔이 다르지 않던가요?”

“그야 그렇지요. 살이 찐 사람은 살이 찐 사람대로, 마른 사람은 마른 사람대로, 다 다르지요. 심지어는 죽기 전에 먹은 음식에 따라서도 조금씩은 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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