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적인 성질을 가진 마방진
마술적인 성질을 가진 마방진
  • 승인 2004.06.0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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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은 자연의 근원에 이르는 길이며 동시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증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연의 신비한 모습을 보듯하는 아름다움이 수학에서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숫자들이 하나의 식으로 통합되는가 하면, 하나의 함수로부터 수많은 형태들이 풀려 나오기도 한다. 소립자들의 운동을 표현하는 파동방정식이나 마방진을 보면 자연의 복잡성을 단 한줄의 방정식이나 아름다운 행렬식의 배열로 볼 수 있다.

 수학의 전 역사를 통해서 자연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마방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마방진이란 1에서 n까지 모든 숫자들을 한 번씩만 사용해서 n행 n열의 배열을 만들었을 때 어떤 행이나 어떤 열이나 대각선의 수를 합해도 항상 합이 같아지는 배열을 말한다. 원래는 영어의 magic square라는 말을 마방진이라 번역한 말인데 사각형 모양을 ‘방형’이라고 하듯이 사각형 모양의 숫자배열을 ‘방진’이라고 한다. 마방진이란 여러 방진들 중에서 상하 좌우 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은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는 ‘마술적인 성질을 가진 방진’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형태의 마방진들이 만들어지고 이를 이론화 하려는 연구들이 많이 있어왔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2행 2열만을 빼고는 모든 방진에서 마방진이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1행 1열(1차 방진)의 마방진은 숫자가 1 하나 뿐이므로 당연히 존재한다. 그런데 2행 2열(2차방진)의 방진은 마방진이 될 수 없다. 즉, 1, 2, 3, 4,를 한번만 사용해서 상하 좌우, 대각선 방향의 숫자의 합을 갖게 할 수 없다. 그러나 3행 3열(3차방진)의 경우에는 마방진이 존재한다. 첫행에 4, 9, 2를 , 둘째행에 3, 5, 7을, 그리고 마지막행에 8, 1, 6을 넣으면 각 행이나 열, 대각선의 합은 항상 15로 일정한 수가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3차 마방진은 유일하게 한 개만이 있는데 반해서 4차 마방진은 880개가 있으며, 5차 마방진은 275,305,224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계산되어 있고, 6차 이상의 마방진에 대해서는 그 숫자가 몇 개인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3차 마방진은 아마도 고대 동서양에서 많이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마방진은 신비한 만큼 비밀스럽게 전수되어서 기록으로 남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중국의 우나라에서 거북의 등 껍질에 새겨진 낙서(落書)라고 불리어진 유물이 있을 뿐이다. 서양에서는 16세기 초 독일의 광석 기술자였던 알브레히트 뒤러가 만든 4차 마방진이 있다. 그는 자신의 관 뚜겅에 ‘멜란 콜리아’라는 4차의 마방진을 새겨 놓았는데 이 마방진의 4행가운데 두칸의 숫자를 15와 14로 이루어진 것인데 이를 연속해서 쓰면 그가 죽은 해인 1514년을 가르키도록 한 교묘한 마방진이었다.

 이처럼 마방진은 그 교묘하고 신비함이 글자 그대로 마술적인(magic) 느낌을 갖게 한다. 때문에 마방진은 고대부터 자연 철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근대 수학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 관심은 17세기 중반 수학자인 페르마를 비롯한 수많은 수학자들이 마방진에 매료되었고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나 오일러와 가우스시대에 이르러서는 흥미가 반감되었고, 현대 수학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도 이것은 마방진이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론화가 어렵고 다른 수학과 관계를 맺기가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자연수를 다루기 때문에 정수론과 관련되고 숫자와 조합을 다루므로 조합론에도 맥이닿고 있는 듯 하지만 피상적인 관련성을 깊이 연결시키는 연구는 쉽지 않다.

<전북대 수학통계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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