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83> 화장 해버리면 딴 소리 못나와
평설 금병매 <83> 화장 해버리면 딴 소리 못나와
  • <최정주 글>
  • 승인 2004.06.07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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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83>

“그럴 것이요. 난 검시역나리처럼 시체를 많이는 안 보았지만, 병자가 어떤 약을 먹었느냐에 따라서도 색깔이 다를 것이요. 무대는 가슴이 아파서 탕약을 먹었다고 했소. 약방 의원한테 약재를 알아보아야 정확히 알겠지만, 탕약 때문일 수도 있소. 아니, 탕약을 장복해서 시체의 색이 검을 수도 있소.”

서문경의 말에 검시역 하구가 다시 한번 찬찬히 무대의 얼굴빛을 살피고는 대꾸했다.

“서문 나리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군요. 약이라는 것이 어차피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면 핏줄을 타고 몸 곳곳에 퍼지기 마련이고, 죽으면 이런 색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요. 좋습니다. 정상적인 죽음으로 처리할테니, 입관을 하십시오.”

검시역 하구의 시원스런 말에 반금련이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서문경이 곁에 있어 마음을 놓기는 했지만, 검시역도 벼슬이라고 깐간하게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한시름을 놓은 것이었다.

“애쓰셨어요. 나중에 무송 도련님이 오시면 나리가 고인을 잘 살펴주셨다고 말씀을 드릴께요.”

“참,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은 무송이가 무대의 동생이었지요?”

“그렇답니다. 두 분 형제간의 우애가 그리 돈독했지요. 제가 말씀을 잘 드리면 술이라도 한 잔 사주실거예요.”

“고마운 말씀입니다. 하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검시역 하구가 빈소를 나갔다. 서문경이 따라나갔다가 잠시 후에 돌아왔다.

“술값을 좀 주었습니다.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더군요.”

“왜 그랬을까요? 나리가 성의를 표시했으면 감지덕지해야 맞지 않나요?”

“무대의 주음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지요.”

“뒷 탈은 없겠지요?”

반금련의 얼굴빛이 어두워 졌다.

“걱정하지 말아요. 검시역의 검시는 한 번에 끝나는 것이니까요. 관에 넣어 화장을 해버리면 딴 소리가 나올 수가 없지요.”

“화장을 해요?”

“그것이 안전해요. 나중에 무대가 돌아와 말썽을 부린다고 하드래도, 흔적을 없애버리면 어쩔 수가 없지요.”

“그렇군요. 나리가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어요.”

“내 일이라고 했지않소.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서라면 내가 무슨 일을 못하겠소.”

“고마워요. 은혜는 꼭 갚을께요.”

“이따가 저녁에 꼭 갚으시오. 지금 갚아달라고 했으면 좋겠지만, 저기 왕할멈이 오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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