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새소설 세계 집중 조명
채만식 새소설 세계 집중 조명
  • 강영희기자
  • 승인 2004.06.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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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돌이·봉투에 든 돈·박명·순례의 시집살이 발견
 ‘탁류’와 ‘태평천하’등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암울했던 민족적 현실을 냉소적인 풍자소설로 비판했던 군산출신의 한국문단의 거봉인 백릉(白菱) 채만식 선생의 소설 4편이 추가로 발굴됐다.

 군산문화원 이복웅 원장은 8일 1920년대 발표된 ‘수돌이’(동광·東光,1927년)와 ‘봉투에 든 돈’(현대평론·現代評論, 1927년), ‘박명’과 ‘순례의 시집살이’(동아일보,1925년·1926년)등 모두 4편의 소설이 백릉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최근 문학평론가 손정수씨에 의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원장은 1931년 9월호 ‘혜성’에 실려있는 ‘조선문인 프로필’이라는 글에서 채만식선생이 화서(華胥)라는 호를 필명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이들 소설들의 작가가 백릉임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 발굴된 4편의 소설 중 ‘박명’과 ‘순례시집살이’, ‘봉투에 든 돈’은 식민지여성의 비극적인 삶과 운명을 그리고 있으며 ‘수돌이’는 한 시골마을의 청년 수돌이가 부잣집 아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홧김에 마을에서 악명높은 강참봉의 돈을 훔쳐 노름판에서 탕진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옥구군(현 군산시) 임피면 읍내리 동상마을에서 1902년 6월17일 출생한 백릉선생은 춘원 이광수의 추천을 받아 1924년 단편 ‘세길로’를 ‘조선문단 3호’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레디메이드인생’, ‘치숙’,‘소망’ 등 식민치하의 왜곡된 사회와 질서를 풍자하는 소설들을 주로 써 민족자본과 농촌자본을 수탈당하는 식민지 민족의 애환과 울분을 표현했던 백릉 선생은 지금까지 소설 90여편과 희곡 30여편, 수필·평론 20여편 등 모두 140여편의 작품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작품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채만식 선생이 백릉이라는 호외에 화서라는 호를 필명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이번에 새로 밝혀진 4편의 소설외에 추가 작품의 발굴 여부가 주목된다.

이 원장에 따르면 조선문인 프로필 중 채만식의 항목에는 “채만식의 존재는 최근 조선문단의 한 이채라 할수 있다.중략. 생기기는 곱단한 얼굴이나 몹시 이지적이다”라고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 이복웅 원장은 이 글이 30년에서 33년까지 실린 ‘혜성’을 발간하던 개벽사에 근무하면서 채만식 선생은 이 잡지에 작품을 활발히 발표했으며 소설 이외에도 여러 필명으로 글을 썼던 것이 밝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즐겨 썼던 백릉(白菱)은 ‘하얀 마름’이란 뜻이다. 릉은 마름 릉. 마름을 소추에 매달린 뿌리 열매로서 먹기도 한다.

 이 원장은 “그 맛이 마치 찐밤과 같으며 백릉은 중국 고사성어에 릉백이라고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호인 백릉(白菱)은 백릉(白陵)으로 잘못 표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복웅 원장은 특히 채만식의 묘비가 구릉 릉자로 잘못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번 조명과 함께 이복웅 원장은 “앞으로 작품 발굴에 좀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뿐만 아니라 군산 문화원은 채만식과 군산신문의 밀접한 관계를 연구, 채만식의 형 채춘식이 전무이사로 재직한 것이 연이 돼 군산신문과 연을 맺었다고 밝혔다.

 시대의 허위에 대해 민감하고 진지했던 백릉선생은 사립학교 교원, 조선일보 기자, 동아일보 기자, 개벽사 기자 등 다양한 경력을 거쳤다.

 한편 이복웅 원장의 이번 논문은 오는 11일 오전 11시 채만식 문학관에서 열리는 선생의 추모 문학강연에서 발제된다. 이날 강연에서는 소설가 홍석영의 ‘작가 채만식의 인간과 문학’ 강연도 펼쳐진다. 홍 작가는 채만식의 친일 성향과 관련, “일제의 강제와 검절제도에 의해 일부 연재물과 잡문에서 부분적으로 친일적 발언이 있었고 광복 후 문인 중 채만식만이 민족의 죄인이란 글에서 솔직히 사죄의 뜻을 표했다”고 발제 논문에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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