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병 1호
공해병 1호
  • 승인 2004.06.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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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대전 말기쯤 미군이 서태평양 연안인 오키나와, 싸이판 등지에서 작전을 수행하는데 가장 애먹었던 것이 모기와 잡충이었다 한다. 모기는 바로 말라리아로 고통을 안겼고 잡충은 독성이 강해 물리기만 하면 그 후유증으로 작전수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한다. 미국이 이 모기와 독충으로부터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유명한 DDT라는 살충제였다.

▼이 DDT를 미군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갖고 들어왔다. 점령군으로서 남한땅의 한국인들 머리에 뿌리고 더러는 골마리를 들추어 흰가루를 뿌려대기도 했다. 좀 창피스러운 이야기이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한국사람 몸에 시글시글했던 이(蝨)가 이 DDT로 박멸되었다 하고 집안에 득실대던 빈대 등의 잡충들의 씨를 말리는데도 이 DDT가 효자노릇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DDT는 전후 농약으로 전환되어 미군이 점령한 동남아 여러나라에 보급되면서 그 피해가 차츰 사용국들에 번져갔다. 그래서 DDT는 강력한 살충을 동반하는 농약 제1호이면서 공해 제1호라는 두 얼굴을 갖게 되었다. 그 후 미국은 DDT가 잡균이나 해충을 제거하는대신 인체에 해독을 끼치는 일면도 있다고 해서 미 농무성에 의해 생산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며칠전 경남 고성에서 7명의 환자가 집단발생했다는 "이타이 이타이"병이 바이러스 조사에서 진성은 아닌 것 같다는 역학조사가 나와 조금은 안심이다. 그러나 이타이 이타이병이 인체에 카드뮴을 과다하게 축적해서 생기는 공해병으로서 환자가 발생한 고성군 삼산면 주변에 카드뮴 유출의 옛 구리광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그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 없다.

▼이타이 이타이라는 말은 "아프다 아프다"라는 일본말이다. 1956∼57년 사이 일본 "후지야마(富士山)현 유역의 일부 폐광촌에서 발생한 만성 카드뮴 중독에 의한 공해병으로 농작물과 식수로 흘러들어간 카드뮴성분이 그 주범이다. 골연화증(骨軟化症)의 일종으로 손, 골반, 척추, 늑골이 휘거나 변형되면서 위축되는 병. 얼마나 아프면 "이타이 이타이"로 명명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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