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기사 수여식은 간단하다. 손바닥으로 목덜미를 한 대 얻어맞고 이어 용기. 충성. 기예로써 행동하라는 훈계를 받는다. 그러나 11세기에 와서는 교회의 영향이 커져 종교적 기사도의 씨앗이 심어진다. 기사는 신앙을 위해 싸울 것이며 그 법도를 철저히 지킨다는 서약을 해야 했다. 그들은 세습적으로 토지를 보유하고 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때로는 귀족들의 귀부인과 은밀한 로맨스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로맨틱한 기사가 되려면 명랑하고 열열하며 비밀을 지키고 은근해야 했다. 의중에 둔 귀부인이 호의를 보이지 않아도 구애를 계속해야 했는데, 울리히라 라는 기사는 상대 귀부인이 승락할 때 까지 10년이나 구애를 계속했다고 한다. 기사도 정신을 잘 표현한 이야기로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가 있다. 봉건기사의 이상인 ’성배찾기‘에서 기사도는 절정을 이룬다. 결국 아서왕은 자기의무를 충실히 지켜 모국에 남지만 왕국은 무너진다.
▼가사가 쓸모없게 된 이유 중 중요한 하나는 아이러니 하게도 기사의 존재이유를 높여 줘야할 방어무기가 지나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14∼15세기 화살의 개량은 핸들을 돌려 활시위를 당기는 커다란 쇠활을 등장시켰는데, 그 관통력은 종래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래서 철갑 옷을 입게 되었는데 그 갑옷의 중량이 너무도 무거워 자기몸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적에게 잡히거나 쓰러져 죽기도 했다. 어쩐지 황당한 이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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