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동문 네거리의 낭만
되살아난 동문 네거리의 낭만
  • 강영희기자
  • 승인 2004.06.16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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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길 지나 뒷길, 뒷길 사이 골목길.

 미로처럼 얽힌 길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정’이 듬뿍 담겨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곳의 정서를 맞이해 보자. 우리가 순간 순간 잊고 지낸 환상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전주시 동문거리에서 축제를 열어 온 동문거리축제추진위원회(대표 김병수)가 올해도 신나는 잔치를 연다. 올해 주제는 색잔치. 거리에서 굿을 치고, 아스팔트에 그림을 그리고, 골목을 전시장으로 만들고, 건물의 벽면을 정겨운 얼굴들로 꾸미는 작업들이 펼쳐진다. <편집자 주> 

 2002년 첫 행사를 치른 뒤 세 번째 잔치마당을 펴는 동문거리축제의 올 컨셉은 ‘색(色) 잔치’.

 끼있는 사람들이 모여 색깔있는 동문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채택된 주제다.

 축제는 오는 19일 오후 2시 전주 동문 네거리에서 막을 올린다. 특히 이 축제는 열린 소통의 장을 통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하나의 장치로 마련되고 있다.

 소요 예산도 도 문예진흥기금이 얼마간 지원됐지만, 상가와 주민회에서 십시일반 모아 ‘함께 하는 축제’로 꾸며진다.

  프로그램은 크게 ‘거리미술제’와 ‘성업고사’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책방·인쇄소·밥집· 미술학원· 극단 등 갖가지 삶과 문화가 어우러진 동문거리에 미술가들이 나서 걸개그림과 바닥그림을 그리고 상가 외벽과 전봇대 등을 활용한 설치미술작업으로 재구성한다. 이는 거리에 비어있는 상가 건물을 예술가들의 인큐베이터로 활용토록 하려는 시도다. 연극집단과 마임이스트의 공연 등도 거리를 물들이는 하나의 색으로 더해질 예정이다.

  거리미술전은 동문거리 이용자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시설물과 상업건물을 용도에 따라 방문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도시를 재미와 놀이의 대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꾸밀 예정이란다. 특히 동문거리는 예술회관 및 한옥마을 등 많은 문화시설과 인접해 있어 그 색채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예전부터 책방과 인쇄소, 미술학원, 밥집 등과 함께 화가들의 보금자리였던 이 곳. 그들의 자취가 곳곳에 깊이 배이진 않았지만 편안하면서도 질감있는 동문거리의 공기는 분명 예술가들의 숨결이 닿아 빚어낸 결과다.

 전봇대 설치미술도 이채롭다. 거리에 색을 입히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프로젝트는 공공 도시시설물을 재미있게 재구성하고 골목 작업과 연장해서 도시 시설물을 개입시킨다.

 다양한 걸게 그림도 전시된다. 건물에서 인격찾기가 시도되는 이 작업은 상가 상인들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건물 13개 구조를 선정해 다양한 방식으로 설치된다.

 또 거리에는 다양한 조형작품을 전시, 조소거리를 조성한다.

 특히 올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성업고사’는 경기불황과 구도심권 상가 침체 현상으로 업종과 간판이 자주 바뀌는 동문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벌이는 굿마당. 길놀이와 점포 지신밟기로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기원의 장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백마체육관의 태권도 시범, 강려탈춤연구회의 탈춤 공연, 노래모임 우리동네의 공연, 판굿과 춤공연이 흥을 돋운다. 또한 모악과 굿패 미마지, 고연세씨가 출연하는 판굿과 춤 공연도 동문네거리에서 진행된다.

 축제문의는 288-9406. 

 <김병수 준비위원장 인터뷰>

 “지금 도심의 활력이 떨어지고 뭔가 낙후되는 것 같은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문거리를 거리 이상의 애정으로 기억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것,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을 조금만 내밀하게 계산해 본다면 이 곳은 참 정답고 아름다운 도심의 일원으로 여전한 힘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02년부터 동문거리 축제를 기획해온 공공작업소 ‘심심’ 김병수 대표는 이번 축제가 동문의 명성을 되찾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번 행사는 동문거리에 터를 잡고 사는 ‘끼’있는 사람들이 꾸미는 자리.

 그는 “거리에서 굿을 치고, 그림을 그리고, 골목을 전시장으로 만들고, 건물의 벽면을 정겨운 얼굴들로 꾸미는 작업들, 이제 이 곳의 12개 전봇대는 새로운 이미지의 실험대가 될 것”이라면서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강조했다.

 거리를 판으로 바꾸는 작업, 단조로운 일상의 이미지를 재미있는 색깔의 향연으로 뒤바꾸는 놀이판이 준비돼 있단다.

 맘 한켠에는 거리축제가 조금은 부담스럽고 조마조마한 심정이라는 김병수 준비위원장. 그는 “동문거리축제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거나 동문거리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잔치마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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