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짜리 평가보고서
열흘짜리 평가보고서
  • 강영희기자
  • 승인 2004.06.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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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녁은 하나인데 곳곳에 널려 있는 화살이 안타까워 보인다. 활 시위는 많이 당겼지만 과녁을 명중시킨 화살은 없는 것 같다.”

 18일 오후 2시 전주 정보영상진흥원에서 열린 제 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평가회를 지켜본 한 예술인의 또 다른 평가내용이다. 실제로 처음 받아든 영화제의 평가보고서는 어느 때보다 묵직했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속빈 강정이라는 말 그대로 그 속에 포함돼 있어야할 앙꼬는 찾는 것을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최첨단 통계 프로그램 동원을 통한 다양한 도표가 보는 이의 눈길을 일단 자극했지만 평가서는 영화제를 풍남제와 종이축제 등 지역내 축제와 같은 테두리 안에 놓고 분석하는 우를 범하고 있었다. 아무리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산업화 축제가 절실했다지만 축제 평가를 맡은 (사) 지역농산업 경영·경제 연구소는 질 높은 프로그램으로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과를 뒷전에 둔채 눈 앞에 이익만 앞세웠다.

  덩치는 크지만 속은 텅 빈 평가보고서의 출연에는 영화제 조직위도 한 몫 거들었다. 이 평가보고서는 열흘만에 초스피드로 제작된 것으로 평가회를 단순히 요식행위 정도로 치부하는 주최측의 안일한 사고를 담고 있는 셈이다. 그 열흘짜리 평가서가 1년간 조직 운영을 되짚고 20억원짜리 영화제를 튼실히 평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을 것이다. 설문조사에서도 사람과 지역, 시기적으로 나눠 다양한 시각을 담는 다면 평가가 이뤄졌어야 마땅하지만 올해 출연한 평가보고서는 단순히 관객의 기대도 및 충성도 등만 나타내고 있었다.

  5년째를 맞은 축제라면 거창한 결과물은 아니더라도 전주시의 영상산업 내용 등을 포함한 백서수준의 보고서 한권쯤은 출간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람객은 총 4만 5천여명. 지난해에 비해 무려 2만 9천명이 줄어든 수치다. 평가회는 다음 축제를 위한 준비작업이 되어야 한다. 매년 형식상 이뤄진 평가회가 관객들의 외면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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