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그림 속 연인들
<신간>그림 속 연인들
  • 강영희기자
  • 승인 2004.06.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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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증오에 물든 인간의 모습을 예술의 세계로 승화시킨 유럽의 회화 작품에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해설이 담겨있다.

  사랑에 관한 깊은 고찰을 들려주는 ‘그림 속 연인들’(도서출판 예담·1만 6천 500원)은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과 그 속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사랑의 유형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보편적인 사랑에서부터 역사를 바꿔놓은 치명적인 사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랑의 정의를 들려준다.

  이 책에 언급된 사랑의 그림들은 그리스 신화와 성경 속에 등장하는 사랑이야기를 비롯해 유럽 작품에 나오는 귀족이나 왕녀들의 좀 더 현실적인 연애, 그리고 르누아르와 클림트처럼 사랑과 연인을 주제로 그린 19세기 화가들의 낭만적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현실과 환상, 시간과 경계를 넘나든다.

  애달프게 사랑을 한 마네와 모리조의 이야기를 통해 순수하고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과 관능적인 사랑, 삶의 진실을 담는 지고지순한 열정을 읽을 수 있다.

  황금빛의 황홀한 키스를 그린 클림트, 연인들의 비밀스런 열정을 과감하게 담아낸 프라고나르, 항구의 여인들을 통해 사랑의 기다림을 표현한 베르메르 등 인간과 욕망, 꺼지지 않는 열정과 애달픈 사랑이 응축돼 있는 위대한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다채롭고 미묘한 사랑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스페인 특유의 열정으로 가득한 연인들의 사랑과 전형적인 스페인식 열정을 그린 고향의 그림은 매우 인상적이다. 연인에게 파라솔을 씌워주는 다정한 모습이나 수확한 햇포도를 내미는 정감 어린 태도에서 순수한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연인들의 달콤한 행복을 그린 와토의 그림 속에는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 표현돼 있다. 와토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인생은 마치 봄날의 소풍 같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내는 달콤한 나날들이다. 그러나 꿈결같은 사랑의 이면에는 삶의 아쉬움과 공허가 배어 있다.

 책은 총 5부로 첫키스의 달콤함과 사랑과 진실, 사랑의 거짓말, 사랑의 계곡을 지나는 빛과 구름, 이별하는 연인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랑의 추억 등을 들려주고 있다.

  지은이 박정욱씨는 연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에서 현대문학으로 석사,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미술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 1회 고암학술논문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로커스 편집위원, 이용노 미술관 소장으로 재임하며 세브르 도자기전, 이웅노·롤랑바르트전 등의 전시를 기획 총괄했다. 저서로 ‘루브르 계단에서 관음, 미소짓다’를 비롯해 ‘풍경을 담은 그릇, 정원’, ‘거꾸로 서 있는 미술관’ 등이 있으며 미술평론과 미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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