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보훈의 달에 생각한다
호국 보훈의 달에 생각한다
  • 승인 2004.06.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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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 보훈의 달인 6월도 어느새 절반이 지나가 버렸다.

이 달은 조국과 민족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위로하는 달이다.

우리나라 주변 열강들의 얼키고 설킨 이해관계와 남북간의 체제와 사상의 대립으로 인해 가혹하게도 치러야 했던 동족상잔 6?25 전쟁이 발발했던 달이다.

이 참혹한 전쟁은 남북한 및 참전 외국인까지 합쳐 530여 만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냈고, 무려 1천만 명을 이산가족으로 만들고 말았다. 백의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지울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긴 이 골육상쟁의 전쟁은 역사의 뼈아픈 교훈을 주는 이 민족 최대의 비극이기만 하다.

최근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 사진 한 장이 있었다. 현충일인 지난 6일, 치열했던 6 25 격전지인 경기도 가평군 북면 화악 2리에 대한 유해 발굴 과정에서 비닐에 싸여 나온 빛 바랜 사진 한 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매스컴을 통해 이 사진이 공개된 지 얼마 안 되어 나타난 유족들에 의해 이 사진의 주인공이 53 년 전에 학도병으로 자원 입대했던 나영옥 상병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 백년을 지나 결국 빛 바랜 한 장의 사진으로 돌아오고만 피붙이를 붙들고 통곡하는 유족들. 오랜 세월 동안 고인의 생사 조차 모르고 그 자식을 가슴에 묻고 통한의 세월을 보낸 부모의 심정이며, 가족들의 고통을 어찌 필설로 다할 수 있을까. 이 땅에 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도 어언 반세기를 넘겼다. 포화로 황폐했던 산야는 이제 울울창창해졌다. 이제는 남북한간에 장관급 회담이 여러 차례 열리고,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 얼싸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오랜 날 동경의 대상이었던 금강산도 수월히 관광할 수 있게 되었고, 남과 북의 철로를 잇는 작업도 추진되는 등 남북한간의 교류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은 매우 희망적이고 고무적인 일이기만 하다. 그러나 아직도 겨레의 가슴에 맺힌 슬픔과 앙금으로 남은 불신의 상흔은 치유되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은 무수한 외침과 시련을 당했다. 나라의 명맥이 풍전등화와 같이 끊어질 듯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기도 했다. 병자호란이며, 임진왜란 등 돌이켜 생각하기 싫은 역사적으로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여기에다 형제지간에 총부리를 겨누고 피를 흘렸던 끔찍한 전쟁까지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애국 선열들의 불굴의 호국정신과 굳건한 민족적 저력으로 불의의 침략을 막아내고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또한 이 땅에서 겪은 전쟁만이 아니라 월남 등 이역 만리 타향 땅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참전하여 싸우다 쓰러져간 선현들의 숭고한 희생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분들이야 말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세계 속에 높이고 세계평화와 공영에 이바지한 영웅이라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국가발전과 사회안정에 밑거름 역할을 한 수많은 애국지사들에 대하여 우리는 더 없는 감사와 경의를 표해야만 한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민에게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다양한 호국문화행사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선열들의 위업을 선양하고 국민화합을 다지기 위해 개최되는 뜻깊은 행사들이 의례적인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모두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심어주고, 애국 선열들의 위업을 계승 발전시키고 이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다시 말하면, 행사의 실효성을 최대한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 추진되어야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에 대하여 생계비 등을 지원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보훈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오늘날 이 제도는 복지원호의 개념으로 정립되어 단순한 생계비 보조에 그치지 않고 취업알선과 교육, 의료, 주택지원과 같은 적극적이고 다양한 정책사업으로 확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같은 보훈제도의 혜택이 수혜대상자들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국가의 예산이나 제도 운영면에 있어서 한계가 있겠지만,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몸 바친 애국선열들의 그 고귀한 희생에 대한 국가적 예우와 함께 충분한 경제적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시급한 과제이다. 특히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장애인이 된 10여 만 명에 달하는 상이용사들은 장애로 인한 경제활동의 제한으로 생계에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보상체계의 합리화, 즉, 실질적인 생계지원이 하루속히 이루어져야만 한다. 휴전 이래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하여 어느덧 이들의 젊음은 노년에 접어들고 말았다. 처절한 민족사의 능선을 넘은 이 역사의 증인들은 이제 머지 않아 역사의 무대에서 하나 둘 사라져 갈 것이다. 따라서 아직 그 장애인 용사들이 떠나기 전 그 여생이나마 편안히 지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신설이 요구되는 바이다.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이 달의 고귀한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겨보도록 하자. 애국 선열들의 값진 희생정신과 빛나는 위업을 이어받고, 애국심을 기르고 나라발전을 위해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데 앞장서야 만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이 땅을 살고 있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 분들의 뜻을 결코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며, 넓은 의미의 복지사회 구현이 될 것이다.

송경태<전북장애인신문사 발행인·전라북도시각장애인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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