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민심, 그 외연과 내면
전북의 민심, 그 외연과 내면
  • 승인 2004.06.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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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참여정부 출범의 산파역할을 했던 전북이, 또한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전북 도민이 이제는 공공연히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성토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민심의 변화는 지지도 하락으로 여실히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여론조사에 의하면 열린우리당에 대한 전북 도민의 지지는 하락을 넘어 폭락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오고 있다.

참여정부에 대한 전북 도민의 기대는 역대 정부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컸던게 사실이다. 우선 국내외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도약의 시대를 이끌어 주기를 희망했으며, 우리 사회의 각종 갈등과 소외를 극복해 통합의 시대를 열어줄 것을 기대했다. 그 중에서도 참여정부에 대한 도민들의 가장 큰 기대는 지방화를 통한 균형발전이라는 야심찬 비전이었던 것이다. 즉, 지나치게 집중된 사회를 분산?분권사회로 만들어 수도권과 지방이, 도시와 농촌이 균형 있게 발전되도록 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의지를 믿고 성원했던 것이다.

더구나 전북은 중국의 초고속 성장을 근간으로 한 동북아경제권 시대에 중국을 접하는 서해의 중심지이자 5도의 접경지에 위치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이점을 활용하여, 여전히 1차 산업 중심의 취약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산업구조적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 왔다. 즉, 전북을 수출산업의 전진기지 및 물류 거점지역으로 육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환황해 시대 신산업?교역의 중심지로서의 전북의 미래를 그려왔던 것이다. 명실공히 지방화 시대를 열어가겠다던 참여정부의 포부와 의지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큰 것이 인지상정이다. ‘소외’와 ‘실망’, 심지어 ‘차별’과 ‘배신’이라는 원색적인 용어로 대변되는 정부여당에 대한 전북도민의 격앙된 민심 근저에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즉, 전북의 최대 현안이었던 새만금 사업이 숱한 난관을 거치며 유무형의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고, 최근에는 산업단지 혁신 클러스터 지정, 동계올림픽 유치, 군산경제자유구역 지정, 김제공항 건설 문제 등 크고 작은 전북의 추진 사업들이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북 도민이 지난 반백년 동안의 ‘차별대우’를 일거에 만회할 수 있는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참여정부 출범과 집권 여당의 안정적 원내 의석 확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잿밥’을 요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철회까지 불사하겠다는 전북 도민의 마음 그 근본에는 참여정부가 출범과 함께 당당하게 밝혔던 지방화 시대의 청사진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고, 최소한 지방이 홀로 서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현안사업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간절한 염원이 자리잡고 있다.

참여정부에 대한 전북 도민의 애정은 여전히 유별하다. 다만 그 애정이 완전히 식어 응고되어 버리면, 다시 해빙될 때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이제 참여정부는 전북 도민의 본심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성의를 보여줄 차례다.

한편, 전북의 주인은 역시 전북도민이다. 전북의 위기가 공론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분명하게 규정하고, 주어진 역할에 보다 더 충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도의회, 도 관계자 등 전북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각 주체는 각자의 책임에 맞는 위치에서 객관적인 원인 분석과 함께 전북의 구조적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제시 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각 주체들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물론 일사분란한 협력을 바탕으로 ‘전북 위기론’을 하루 속히 잠재울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모아가야 할 것이다.

정세균<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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