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제 관리 허술] <1>전주 오목대
[문화제 관리 허술] <1>전주 오목대
  • 강영희기자
  • 승인 2004.06.23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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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시로 다양한 문화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조금만 눈을 돌려도 우리는 이씨 조선의 향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경기전을 만나고, 옛 선연들의 슬기가 가득 깃든 향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또 한벽당과 전주 덕진공원, 위봉폭포, 남고산성 등 전주를 대표하는 전주 팔경은 사시사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는 그것의 소중함을 쉽게 잊어버린다.

 문화재를 훼손하고 그 것이 파손돼도 보수 공사조차 하지 않는 경우 또한 태반이다.

 매주 전북도가 간직한 다양한 문화재를 점검하고 그 것의 가치를 재조명할 예정이다. 그 첫번째 장으로 전주 오목대를 찾아갔다.  

  지난 주말부터 내린 비 때문일까?

 오목대에는 습한 기운이 가득 배어 있었다. 마루 곳곳이 ?기 일보 직전이었고 처마에서 가까운 부분은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시오’란 안내판도 이 곳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3명의 중년 여성이 버젖이 신발을 신고 들어가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또한 곳곳에 담배 꽁초가 널려 있었으며 심지어 난간에 담배불을 끈 흔적도 목격됐다.

  오목대 난간은 곳곳이 끊어져 있어 위태로움 그 자체였다. 많은 시민이 이 곳을 찾아 더위를 식힌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난간 보수는 시급해 보였다.

 오목대 마루 또한 갈라지고 떨어져 나가 틈 사이로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손녀딸과 함께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이모(58·전주 교동)씨는 “가끔 틈 새로 발이 껴 곤혹을 치를 때가 있다. 어른들이야 괜찮겠지만 어린이들은 무척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목대의 관리 부실은 천정에서도 나타났다. 기둥과 지붕을 잇는 부분의 곳곳이 흙이 떨어져 오목대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었다. 실제로 흙이 떨어져 속살을 들어낸 부분은 총 10여곳에 이른다.

  문화재 관리에 대한 허술함 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시민의식 결여도 오목대의 훼손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00&00, 영원한 사랑을 위해’, 00&00, 우정을 다짐하다’. ‘00&00&00 다녀감’ 등 유치한 멘트를 담은 낙서들이 오목대의 기둥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낙서 가운데 94년 것이 목격됐다는 것. 94년 이후 부분 정비만 했을 뿐 전체 보수공사를 하지 않은 지자체의 안일함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오목대는 또한 위험한 장소. 난간을 이은 부분의 대못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아찔함까지 연출했다. 지자체의 무심함과 지역민의 짧은 생각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학대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했다. 외지에서 전주를 찾은 관광객들 역시 오목대에 대한 실망을 토로한다.

 수원에서 오목대를 찾은 대학생 김모씨(26)는 오목대에 대해 “한옥마을 단지에서 200m가량 남쪽에 위치하였으며 관리는 잘 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예전에는 경관이 좋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오목대 주변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방치를 해서 좋은 경관을 보기가 힘들다. 오목대 주변도 동네 약수터처럼 시민들이 활용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으로 봐서는 지방 기념물로서 관리가 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했다. 다행히도 전주시가 지난 4월 한옥마을과 연계해 오목대를 정비키로 했다. 전주시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오목대가 전주 한옥마을과 연계 개발해 시민들은 물론 외지 관광객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오는 2007년까지 7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연차적으로 오목대 주변에 대한 환경 개선과 편의시설을 설치해 나가기로 했다.

 시는 이에 따라 아카시아와 히말리야시다 등 외래 수종을 정비해 조망권을 확보하고 산책로를 조성하는 한편 맛촌 및 200대 수용 규모의 주차장, 음수대, 화장실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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