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03>옥향이 아흐아흐 비명을
평설 금병매 <103>옥향이 아흐아흐 비명을
  • <최정주 글>
  • 승인 2004.06.30 1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 가문의 법칙을 넘어 <16>

그때마다 옥향이 아흐아흐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다가 드디어 옥향이 끼악하고 마지막 비명을 내지르고 고개를 떨구었을 때 미앙생이 시원스레 방사를 했다.

미앙생이 옥향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숨을 색색거리고 있는데 다시 문밖에서 기침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요?”

미앙생이 옥향의 몸에서 내려와 옷을 챙겨 입으며 물었다.

“날세, 자네 나좀 보세나. 소세하고 내 방으로 오게.”

“알겠습니다, 장인 어른.”

미앙생이 대답했다.

“아버님이 오셨는가요?”

옥향이 눈물이 담긴 눈을 뜨고 올려다 보았다.

“그렇소. 진즉부터 와 계셨던 모양이요.”

“어쩜 좋아요? 아버님이 우리가 한 행동을 다 아셨을 거예요.”

“우린 잘못한 일이 없소. 신랑과 신부는 그것이 정상이요. 신방을 엿본 장인 어른이 잘못이요.”

“그래두요. 부끄러워요. 아버님이 절 어떻게 생각하시겠어요.”

“걱정하지 마시오. 내 소세하고 다녀오리다.”

미앙생이 옥향을 달래놓고 방을 나와 소세를 하고 철비가 기다리고 있는 거실로 찾아갔다.

“자네, 도대체 어찌했길래 사내라고는 모르던 옥향을 하룻밤만에 그리 만들었는가?”

철비가 엄한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미앙생이 뻔히 알면서도 짐짓 물었다.

“아, 어찌했길래 사내라고는 모르던 옥향의 입에서 감청소리가 나온단 말인가? 더구나 그 소리가 울 밖을 나갈 지경이니, 이웃 사람들이 우리 집안을 어찌 생각하겠는가?”

“그걸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하오나, 잘 익은 밤송이는 누가 건들지 않아도 저절로 아람이 번다고 했습니다. 옥향이 비록 사내는 처음이나 저절로 일어나는 자연의 섭리를 어쩌겠습니까? 사실은 저도 놀랐습니다. 몸짓이나 감청소리로만 보면 닳고 닳은 청루의 계집같았으니까요.”

미앙생이 철비의 화를 돋구었다.

“뭐라구? 자네 지금 뭐라했는가? 옥향이 청루의 계집같았다고?”

“몸짓이나 감청소리가 도무지 처음같지 않아서 드린 말씀입니다. 이불에 첫날밤의 흔적이 남지 않았다면, 옥향을 헌 계집으로 오해할뻔 했습니다.”

“옥향은 순결한 여자일세. 그건 이 철비가 보증하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