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04>서방님과 교접 하면서...
평설 금병매 <104>서방님과 교접 하면서...
  • <최정주 글>
  • 승인 2004.07.01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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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문의 법칙을 넘어 <17>

“저도 믿습니다. 그래서 옥향이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안고 싶어질만큼 사랑스럽습니다.”

“허나 어제 밤에 내가 한 말을 어기지 말게. 교접을 금해야하는 날은 절대로 교접하지 말게. 하루만에 옥향을 그리 만드는 자네라면 며칠만 지나면 아예 창기를 만들겠더군.”

“자연의 섭리라니까요.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인데, 어찌 섭리를 거스르며 살겠습니까?”

미앙생이 진지하게 말하자 철비의 이마에 내천 자가 그려졌다. 입을 쩝쩝거리던 철비가 말했다.

“자넨 역시 소문대로 천하의 호색한이었군.”

“자꾸만 호색한, 호색한 하지 마십시오. 옥향이만 사랑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너무 과하게 사랑하지는 말게. 인간의 정도를 지키게. 옥향이를 좀 보내게. 내가 따로이 할 말이 있네.”

철비가 나가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미앙생이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고 철비의 방을 나왔다. 별채의 마당에 나와 천천히 걷고 있던 옥향이 잔뜩 근심어린 얼굴로 다가왔다.

“아버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역시 시시콜콜한 잔소리를 하시지요?”

“그대를 조금만 사랑하라고 하십디다. 내 사랑이 너무 과하다구요.”

“아버님도 참, 별 간섭을 다하시는군요. 제가 가서 따져야겠어요.”

옥향이 다부지게 나왔다.

“안 그래도 장인 어른이 그대를 찾았소. 가보시구려.”

“다녀올께요. 찬모가 별채에 아침을 차려놓았어요. 서방님이 먼저 들고 계셔요.”

“알았소.”

미앙생이 퉁명스레 대꾸하고 별채의 방으로 들어갔다. 첫날밤을 지낸 신랑의 밥상답지 않게 식탁에 조촐하게 차려진 아침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문대로 가난한 집이었군. 하긴 꽉 막힌 장인이 언제 재물을 모을 생각이나 했을까?’

미앙생이 중얼거리며 식탁에 앉아 꾸역꾸역 밥을 넘겼다.

옥향이 돌아 온 것은 미앙생이 맛 없는 아침을 다 먹고 났을 때였다.

“장인 어른도 참 너무 하시는구려. 신랑한테 혼자 아침을 먹게 하다니 말이요. 그래 뭐라고 하십디까?”

미앙생이 얼굴이 벌겋게 닳아오른 옥향을 올려다 보며 물었다.

옥향이 허겁지겁 물부터 몇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대답해 주셔야해요. 서방님하고 교접을 하면서 제가 막 소리를 질렀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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