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05>색을 멀리해야하네
평설 금병매 <105>색을 멀리해야하네
  • <최정주 글>
  • 승인 2004.07.02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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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문의 법칙을 넘어 <18>
 ?”    

 

미앙생이 웃으며 물었다.

“대답이나 해주세요. 제가 그랬는가요?”

“그랬소. 헌데 그것이 어떻다는 말이요.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요.”

“당연한 일이라구요?”

“남녀가 교접을 하면서 감청을 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문제가 있는 것이요. 교접을 하다보면 황홀경에 빠지고, 그리되면 자기도 모르게 감청이 나오는 것이요.”

“그래도 전 부끄러워요. 두 분이서 짜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옥향이 새삼 얼굴을 붉혔다.

“다른 말씀은 안 하십디까? 교접을 언제하라 어째라하는 말씀은 안하십디까?”

“서방님이 덤벼들어도 절더러 적절하게 거절하라고 하셨어요. 남자를 다루는 것은 여자라구요. 그나저나 어쩌지요? 아버님이 별채를 호시탐탐 감시할텐데요.”

“다 큰 아이 여섯을 기르면서도 일곱째 아이를 만드는 것이 부부간의 일이요. 장인 어른이 방안에까지 들어오시지만 않는다면 설마 우리가 교접할 틈이야 없겠소. 그대는 별 걱정을 다하는구려.”

“정말이지요? 아버님이 머란다고 절 멀리할 것은 아니지요?”

“내가 더 그대를 원하오. 별 걱정을 다하는구려.”

미앙생이 아무 걱정 말라는 뜻으로 한 쪽 눈을 찡긋했다. 그러나 옥향과의 몸사랑이 미앙생의 뜻대로 되어주지만은 않았다. 가문의 법칙을 내세운 철비가 시도 때도 없이 신혼부부가 사는 별채를 기웃 거렸다. 그러다가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미앙생을 안채의 거실로 불러 들여 바둑을 두자고 한다던지, 학문을 가지고 토론을 하자고 덤볐다. 미앙생이 일부러 싫은 기색을 드러내고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해도 모른 체 했다.

“장인 어른은 가문의 법칙을 한번도 어기신 일이 없습니까?”

어느날 바둑을 두던 미앙생이 물었다.

“삼대 째 내려오는 불문율일세. 자네도 꼭 지켜야하네.”

“그야 이를 말씀입니까? 저도 잘 지키고 있습니다.”

“다행이구만. 학문을 하는 자는 당연히 색을 멀리해야하네.”

“그럼요. 저도 색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요근래 옥향이를 안지 않았습니다. 감청소리가 문밖을 안 나오지 않습니까?”

미앙생이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설마 장인 어른이 옥향의 입을 수건으로 틀어막고 교접을 한 줄은 짐작도 못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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