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07>침을 꼴깍 삼키다
평설 금병매 <107>침을 꼴깍 삼키다
  • <최정주 글>
  • 승인 2004.07.05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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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문의 법칙을 넘어 <20>

“머요? 정말이요? 하면 좋다가 말았네.”

미앙생이 실망하여 말했다.

“교접을 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답니다.”

미앙생의 손을 끌어다 옥문 가에 놓아주었다. 옥향의 옥문은 벌써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알겠소. 진진한 재미는 없어도 반분은 풀릴 것이요.”

미앙생이 바지를 절반만 내리고 옥향의 살집에 살뿌리를 막 들이밀 때였다. 문 밖에서 흠하는 기침 소리가 들렸다.

옥향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얼른 옷을 추스렸다.

미앙생이 큰 소리로 말했다.

“장인 어른이 기다리시겠소. 어서 홍주를 내주시오. 안주는 소고기 육포가 제격일 것이요.”

“알겠어요. 그걸 깊이 넣어놓았는지 찾기가 쉽지 않네요. 아, 여기있군요. 아버님은 술을 즐기시지 않으니까, 딱 한 잔만 권하세요.”

옥향이 엉뚱한 소리를 하며 침상 밑을 더듬었다. 서가에서 홍주병을 내려 돌아서던 미앙생이 물었다.

“무얼하고 있는 것이요.”

그러자 옥향이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며 쉿하고 눈짓을 했다.

“이건 수면제예요.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몇 달 간 잠을 못 이루자 아버님이 사다주신거예요. 술에다 타서 아버님께 드리면 바로 잠이 드실거예요. 서방님은 드시는체만하고 진짜 들지는 마세요.”

옥향이 약봉지를 열어 홍주병에 적당하게 넣었다.

“알았소.”

미앙생이 한 쪽 눈을 찡긋하고 홍주와 소고기 육포를 들고 별채의 방을 나왔다. 철비는 어느 사이에 큰 채의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없었다.

“옥향이 홍주병을 깊이 숨겨놓아서요.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난 자네가 엉뚱한 짓이나 하지 않는가 노심초사했다네. 오늘은 교접하면 안 되는 날일세.”

“저도 알고 있습니다.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장인 어른의 영을 어길 수 없어 그냥 왔습니다. 홍주나 드시지요.”

미앙생이 철비의 잔에 홍주를 가득 따라 권하고 자기 잔에도 따랐다.

“드시지요. 장인 어른. 우리현에서 홍주를 제일 잘 빚는 집에서 만든 것입니다.”

“색깔부터가 다르군.”

철비가 침을 꼴깍 삼키다가 홍주를 반 잔 쯤 마셨다.

“맛이 그만이군. 내 오십 평생에 이렇게 맛 있는 홍주는 첨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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