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전북 전북인
자랑스러운 전북 전북인
  • 승인 2004.07.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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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모 텔레비전 방송을 청취하다보니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공표되어 관심 있게 보았다. 질문 내용은‘당신은 언제 무엇으로 한국, 한국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음성이건, 문자건 보내고 싶은 곳엔 때를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보낼 수 있는 첨단 통신기 휴대전화 천국이 되어서 이런 프로그램도 가능하겠구나 생각하니, 더욱 뜻 깊은 프로그램으로 여겨져 관심이 갔다.

응답한 결과를 통계 내어 본 결과 5위부터 1위까지 순위는 이랬다. 5위는‘땀 흘려는 일하는 한국 한국인’이 많은 호응을 받았다. 4위는‘해외에서 명성을 떨치는 한국인이나 한국 상품’이 3위에는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한글’이, 2위에는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금모으기 운동과 탄핵 반대 촛불 시위’가 선정되었으며, 1위에는 ‘2002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일치된 응원문화’를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였다. 자막도 보지 못하고 방송 내용을 순간적으로 메모한 필자의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이번의 조사 결과는 우리 국민들이 지니고 있는 국가-국민적 정체성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조사는 일회성 흥미 위주에 머물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사람마다 다른 의견이나 주장의 일치점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의식의 공통분모를 도출해 내어 자아의 정체성을 점검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벌써 2년의 세월이 흘러가버린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는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그것이 세계 4강이라는 축구 성적도 물론 놀라운 일이지만, 우리들이 지니고 있는 잠재적 동력의 무한성을 체험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 잠재력은 문화적, 민족적, 국가적, 혹은 개인적 자기 폄하의 세월을 일거해 불식해 낼 수 있는 동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에게 신명난 살판만 잘 마련된다면, 우리는 우리다움을 발휘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자기 확인의 계기는 소중하다. 우리는 2002월드컵과 국민적 응원전을 통해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잠재적 역동성을 드러내어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사실은 좀더 일찍 또는 뒤에 있었다. 금모으기 운동은 좀더 일찍 경험한 경이(驚異)였고, 촛불 집회는 뒤에 이룩해 낸 폭풍(暴風)이었다. 전자의 참여를 통해서 우리는 위기 앞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몸으로 실천해 보여주었으며, 후자의 폭풍을 통해서 부당한 역사 앞에 우리는 어떻게 분노해야 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이밖에도 3, 4, 5위 모두 슬기로운 국민의식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항목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한글, 해외에서 명성을 떨치는 한국인 한국 상품, 그리고 땀 흘려 일하는 근면한 한국인은 어느 사이 우리들 무형의 자산이자 국민적 정체성-국민성이 되어 있었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이렇게 상상해 보았다. 전북지방 텔레비전 방송이 전북인들을 상대로 ‘당신은 언제 무엇으로 전북, 전북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마 틀림없이 앞의 내용과 판박이로 똑 같은 대답이 도출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5위에는 아마‘땀 흘려는 일하는 전북 전북인’이 많은 호응을 받을 것이고, 4위쯤에는 ‘밖에서 명성을 떨치는 전북인 전북 상품’이 오를 것이며, 3위에는 ‘아름다운 전북의 문화유산’이, 2위에는 ‘나라의 위기를 구하고자 일어섰던 동학농민 전쟁이나 조일전쟁(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호남의병’을 꼽을 것이다. 그러면서 충무공이 단언했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며 한껏 자긍심을 높일 것이다.

문제는 1위에 해당하는 답변이다. 우리 전북이 전북답고, 전북 사람이 전북 사람다운 신명을 떨쳐내고, 일치된 동질성을 확인하고 발휘할 수 있는 동기를 과연 어디서 찾을 것인가 망설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앞의 국가적 차원에서도 보았듯이, 우리 지자체가 가장 비중을 높이 두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의 잠재적 동력을 결집해 내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연하게 인식하는 일은 사람다운 삶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며, 그런 일을 지자체가 앞장서서 이룩해 내야 한다. 이런 동기와 신명을 통해서 향토인의 정체성이 확립되며, 나아가서 향토애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애향운동은 행정적 명령이나 지도층 인사들의 구호나 선동만으로 이룩되는 것은 아니다. 향토를 사랑할 수 있는 자발적인 참여의 계기를 만들고, 무한한 긍지를 적극적으로 발휘하여 삶의 역동성으로 살려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애향운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나, 새만금사업의 조기 완공 등이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각종 문화축제나 지역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축제 등이 일과성 행사가 아니라, 온 지역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신명난 살판으로 승화시켜 나아가야 하겠다. 그런 실천적이고 피부에 닿는 체험 활동이 결과적으로 스스로 자랑스러운 전북을 만드는데 동참하는 행위이며, 스스로 자랑스러운 전북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임을 확인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

이동호(국민생활체육 전국우슈연합회장·이동호내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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