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08>장인 어른께서도 여자 생각이...
평설 금병매 <108>장인 어른께서도 여자 생각이...
  • <최정주 글>
  • 승인 2004.07.06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 가문의 법칙을 넘어 <21>

“그럴 것입니다. 앞으로는 제가 자주 대접하겠습니다.”

미앙생이 홍주잔을 입술에 댔다가 뗐다.

“고맙군. 부자 사위를 얻으니 좋은 홍주를 마음놓고 마시겠군.”

철비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어서 드십시오. 장인 어른께서 좋아하시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허허, 그런가?”

철비가 사랑스런 눈길로 미앙생을 바라보다가 홍주 잔을 들어 나머지를 비워냈다. 미앙생이 얼른 빈 잔을 채웠다.

“천천히 마시세. 세월이 좀 먹는 것은 아니잖은가?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봄밤은 길기도 하다네.”

철비가 게슴츠레 풀어진 눈으로 말했다.

“그런가요? 장인 어른같으신 분도 봄밤은 긴가요?”

“나도 사내일세. 어찌 여자 생각이 안 나겠는가?”

철비는 아무래도 술에 약한 것이 분명했다. 비록 수면제를 탔다고는 해도 홍주 한 잔에 눈빛이 풀어지고 말투가 어늘해지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사위 앞에서 여자타령을 하고 있지 않은가?

“장인 어른께서도 여자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까? 그럴 때는 옥향이 모르게 눈짓만 하십시오. 제가 좋은 청루로 모셔서 대접하겠습니다.”

“예끼, 이 사람아. 옥향이가 들으면 귀를 씻자고 할걸세.”

“어서 홍주를 드십시오. 시작을 했으니, 석 잔을 하셔야지요.”

미앙생이 권했다.

“좋은 술인 모양이군. 겨우 한 잔을 마셨는데, 온 몸이 나른해지면서 정신이 알딸딸해지는군.”

“석 잔은 마셔야 홍주의 참맛을 아시지요. 어서 드세요.”

미앙생의 권에 못 이긴 듯 철비가 두 번 째 홍주 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육포를 찢어 들고 있던 미앙생이 철비의 입에 넣어주었다.

“자네 덕에 내가 호강을 하는군. 마누라도 내게 술안주를 입에 넣어준 일은 없다네.”

철비가 흐뭇하게 웃었다.

“장인 어른이 어려우셨겠지요.”

“자네는 내가 안 어려운가? 무섭지 않은가?”

“무섭지는 않지요. 장인 어른이 무서우면 어찌 한 집에서 살겠습니까? 다만.”

“다만 먼가?”

“가문의 법칙이 불편할 뿐이지요. 그걸 조금만 보아주실 수는 없는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