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침수 그리고 새만금사업
태풍, 침수 그리고 새만금사업
  • 태조로
  • 승인 2004.07.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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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태풍 민들레가 전라남도 목포에 상륙하여 우리나라의 한가운데를 통과한다하여 온 국민이 긴장하여 지켜보고 있었는데, 마침 서해상에서 온대성저기압으로 바뀌었다하여 비로서 안도의 한숨을 쉰 적이 있다 .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 전역에 폭우를 쏟아 부어 주택이며 도로 농경지가 침수피해를 본 후였다. 또 보름 전 태풍 디엔무로 인한 호우로 전라북도에서만도 16,000여 정보의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은 바도 있다.

 앞으로도 장마며 태풍이 몇 번은 더 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누구보다도 더 가슴을 졸이며 잠 못 자는 사람들이 있다. 만경강 동진강 유역의 저지대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일년에도 수십 번, 큰 비가 오는 날이면 그 날은 잠자기는 영 틀렸다. 이번처럼 아직 벼가 어릴 때 잠기면 피해가 그래도 비교적 덜하지만, 8월말이후 벼꽃이 피고 익어갈 무렵 물에 잠기는 날이면 영락없이 그 해의 농사는 망치게 마련이다.

 물에 잠겨 다 익은 벼알이 싹이 트는 것은 물론이고, 미쳐 익지도 않은 것이 넘어지면 쭉정이 농사이기 십상이고, 그걸 수확하기는 얼마나 힘이 들며 또 병해충이 얼마나 극성을 부리는지 가뜩이나 나이든 농민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태풍이나 폭우는 9월 이후에 집중되기 때문에 이들 저지대 논들이 침수의 피해를 피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침수 피해없이 한 해 농사를 마친다면 그 해는 정말 운이 좋은 해이다. 이처럼 침수피해에 완전히 노출된 면적이 만경강 동진강 유역에만도 작으만치 1만2천정보나 된다.

 만경강 동진강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평야인 호남평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게 넓은 평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이 땅에 정착한 이래 지난 수천 년 동안 그들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무엇보다도 먹을거리의 부족이었다.

 오천년의 긴 역사에서 일반 백성이 배고프지 않은 해는 아마도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배고픔은 질기게도 우리 민족과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위하여 우리 조상들은 갯벌에 눈을 돌렸다. 갯벌이 생기면 그것을 막아 농지로 만들고 또 갯벌이 생기면 그걸 농지로 막아 거기서 생산된 식량으로 굶주림을 해결해왔던 것이다.

 갯벌을 막는 일도 오늘날처럼 기계나 다른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사람의 힘만으로 막았다가 터지면 또 막고, 막았다가 터지면 또 막는 식으로 하여 오늘날의 그 넓은 호남평야를 일구었던 것이다. 다행히 갯벌은 막으면 생기고 막으면 그 앞에 또 생기었다.

 지난 1970년대까지는 이런 식으로 간척하였다. 지금이야 거의 사라진 말이지만 우리 호남사람들을 갯벌을 막아 농사를 짓는다하여 갯땅쇠라 칭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생긴 농지의 대부분은 지대가 낮을 것이 뻔하다. 그 때문에 조금이라도 큰 비가 오면 이내 잠겨버려 침수피해를 입게 된다. 만경강 동진강 하류유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만금사업으로 인하여 그것을 막으면 40,100ha의 새로운 국토로 김제시만한 군이 새로 생기는 것은 물론이지만, 두 강 유역의 저지대농지는 침수의 피해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큰 비가 오면 강물이 불어나 하류로 쏟아져 들어가는데 반하여, 마침 바다의 만조와 겹치면 불어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하류의 저지대 논들로 모이게 되어 이들 논들이 침수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새만금사업이 완공되면 새만금호의 수위를 현재의 만수위보다 5내지 6m 낮게 유지하기 때문에, 큰 비가 와 강물이 불어도 물은 쉽게 빠져나가므로 아무리 지대가 낮은 논이라도 침수가 되지 않게 되오 침수의 원인이 근원적으로 제거되는 것이다.

 만약 새만금사업이 없었더라면 이들 농지의 침수피해를 개선하기위하여 별도로 4,000여억원이 필요하였을 것이라고 한다. 새만금사업으로 인하여 그만큼의 국가예산을 감축하게 된 것이다. 비만 오면 잠 못 이루는 농민들을 위하여도 새만금사업은 하루 빨리 완공되어야하겠다.

최수<전라북도 환경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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