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11>두 번의 교접에 몸은 파김치
평설 금병매 <111>두 번의 교접에 몸은 파김치
  • <최정주 글>
  • 승인 2004.07.09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 가문의 법칙을 넘어 <24>

“어서 아버님께 가보세요.”

“그러리다. 홍주병은 바꾸어다 놓아야겠소. 장인 어른이 아시면 안 되니까.”

미앙생이 수면제를 탄 홍주는 서가에다 숨겨놓고 다른 병을 들고 큰 채로 건너갔다. 철비는 세상 모르고 잠이 들어있었다. 미앙생이 홍주 석 잔을 자작으로 마시고 침상 밑에 네 활개를 펴고 누웠다. 두 번의 교접에 몸은 파김치처럼 피곤했으나 기분은 좋았다. 홍주 기운이 몸에 퍼지면서 잠이 몰려왔다.

‘수면제를 탄 홍주만 있으면 옥향과의 교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여자가 색을 알고나면 못할 짓이 없다니까. 흐흐흐.’

미앙생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허허, 젊은 사람이 그깟 홍주 몇 잔에 정신을 못차리는군.”

철비가 혀를 끌끌 차며 미앙생의 어깨를 흔들었다.

“벌써 아침인가요?”

겨우 두어식경을 잤을까, 한 미앙생이 하픔을 하며 일어났다.

“해가 중천이라네. 어서 일어나 소세하고 글을 읽게.”

“예, 장인어른. 헌데 제가 언제 잠이 들었지요? 홍주를 석 잔 마신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후로는 도통 떠오르지가 않는군요.”

미앙생이 의뭉을 떨었다.

“나도 잘 모르겠네. 그 홍주가 참으로 독하긴 독한 모양이군. 아니면 자네나 나나 술이 약하던지. 앞으로는 나한테 홍주를 마시자는 말은 하지 말게.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그걸 마시고 정신을 잃을 정도라면 삼가는 것이 좋네.”

“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종종 장인 어른과 대작을 할려고 했는데요.”

“아닐세. 자네 혼자 마시소. 저 홍주병도 치우게.”

무슨 낌새를 챘는지, 아니면 워낙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철비가 고개까지 설레설레 내저었다.

‘이것 좋다가 말았지 않은가. 장인 어른이 홍주를 마시지 않는다면 옥향과의 질펀한 교접은 틀린 일이 아닌가? 기일도 아니고, 특별한 날도 아니면서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날이 또 언제 온단 말인가?’

미앙생이 잔뜩 실망하여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어느날이었다. 아침을 먹은 철비가 두 사람을 불러놓고 말했다.

“내가 한 사나흘 외출을 해야겠구나. 청아현에 사는 네 사촌 집에 기제사가 있구나. 자네는 내가 이른 말을 잊지 않고 있겠지? 비록 사촌이라고 해도 집안의 기제사가 있으니, 가문의 법칙에 해당하는 날일세. 부디 몸을 정갈하게 하게.”

“장인 어르신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