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과 귀
발가락과 귀
  • 승인 2004.07.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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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인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의 주인공에게서처럼 자신의 아이가 용케도 자신의 발가락과 닮은 발가락을 갖고 있다는 것이 든든한 빽이 되는 일은 드물 것이다. 그 발가락이야말로 삶의 희망과 좌절의 분기점이 되고 적어도 변명으로만이라도 그 아이의 존재성을 확인해 주는 성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소설 속의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제2의 발가락, ‘귀’ 사건이다.‘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는 북한사람이 아니고 안기부가 조작해 낸 인물이다. 안기부 증거들이 그것을 반증하는데 그 중 하나가 1972년 남북회담 당시 남쪽대표들에게 꽃다발을 증정한 ‘화동’ 중 김현희로 지목한 아이의 귀이다’.

 ‘사진 속의 귀는 김현희의 실물 귀와 전혀 다르다. 그것은 정선희라는 현재 북한에 살아있는 여인의 귀와 같고 그녀가 바로 그 화동이다. 김현희가 가공인물인데도 억지로 꿰어 맞추다 보니, 이런 엉터리 증거를 동원한 것이다. 김현희 귀가 아니라 정선희 귀다’.

 사건이 일어난지 17년에 다시 나타난 귀. 그것도 현존하는 두 사람 중 한쪽을 놓고 ‘진짜다, 가짜다’ 하는 판이니 정선희를 부르고 김현희를 내세워 재판정의 실황중계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귀 이야기를 꺼낸 사람들이 그냥 단시일에 지나치고 갈 리는 없고.

 옳고 그름만 판단하기로 하자면 DNA조사가 간단하다. 김현희와 부모의 DNA가 일치하는지 확인해 보면 당장 판가름난다. 또 김현희를 데리고 평양을 찾아다녀보면 알일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명확하고 간단한 일은 협조 안하는 것이 북한이고 이런 경우의 의혹제기자들이다.

 그렇게 열심히 뒤지며 추적하여 찾아낸 자료인 만큼 자신들의 증거가 명백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북한 관련지 답사같은 것들을 내세울 법하지만 그런 기색이 없다. 발가락이 닮았다고 믿는 사람이 없듯이 귀가 틀리다는것도 믿을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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