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노벨상, 필즈상의 기원과 의미
수학의 노벨상, 필즈상의 기원과 의미
  • 승인 2004.07.1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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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출신의 수학자인 존 찰스 필즈에 의해 1936년에 창시된 필즈상은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 수학자 총회(ICM)에서 지난 4년 간 수학 발전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수학자에게 부여되는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서 수학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다. 수상자는 4명 이내로 국한되어 있으며 수상 당시 연령이 40세를 초과할 수 없다는 제약 때문에 필즈상은 노벨상보다 더 까다로운 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창시자인 존 찰스 필즈는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에서 수학학사, 미국의 존홉킨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유럽에 건너가 당대의 유명한 수학자들과의 교분을 통해 학문의 영역을 넓히게 되었다. 일생 동안 절친한 친구이자 학문적 동반자인 미타그레플러를 만난 것도 이때인데, 미타그레플러가 필즈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필즈는 1902년 다시 캐나다로 돌아와 그 후 30년 간 토론토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수학에 상당한 업적을 남겼고, 여러 가지 명예상을 수여받았으며 캐나다의 학사원 임원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1924년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개최된 ICM의 추진위원회 회장을 맡았던 필즈가 우수한 업적을 성취한 두 명의 수학자에게 매 ICM에서 금메달을 수여할 것을 제안하자, 이러한 제안이 곧 의결되었다. 필즈는 ICM을 위한 모금에 크게 성공하여 자금을 마련하였고, 그 후 자기 개인의 재산도 이 자금에 증여하였다. 필즈상은 현재와 특히 미래 수학 발전에 크게 공헌할 수학자에게 메달이 수여되기를 바라는 필즈의 뜻에 따라 수상자의 연령을 40세 미만으로 제한하였다. 그 후 몇 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필즈가 세상을 떠난 4년 후인 1936년 노르웨이 오슬로의 ICM에서 첫 금메달이 필즈상이라는 명칭으로 수여되었다. 사실 필즈상의 금메달에 새겨진 상은 필즈가 아니라 고대 희랍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상이다.

 1936년 오슬로에서 개최된 ICM에서는 첫 필즈상이 하버드 대학의 알포스(L. V. Ahlfors) 교수와 MIT의 더글라스(J. Douglas) 교수에게 수여되었고, 그 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하여 1950년까지 ICM이 중단되었다. 1950-1962년 사이에 4차례의 ICM에서는 각각 2명의 수학자에게 필즈상이 수여되었으며, 1966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ICM에서 처음으로 4명의 수학자까지 수여하기로 결정한 후 1974년에 2명, 1983년과 1986년에 각각 3명의 수상을 제외하고는 1994년 쮜리히의 ICM에 이르기까지 각 4개의 필즈상이 수여되었다.

  1936년부터 시작하여 2002년에 이르기까지 총 44명에게 필즈상이 수여되었으며, 국가별로는 미국이 단연 1위로 20명, 프랑스 7명, 소련과 영국이 각각 4명, 일본 3명, 독일 2명, 중국,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가 각각 1명으로 되어 있다. 사실 현재 미국에 영주하고 있는 필즈상 수상자는 20여명에 달하며 이들 모두가 최우수 10개 대학에 분포되어 있다. 동양의 경우 일본의 3명과 중국의 1명은 일본의 노벨 수상자 8명과 중국의 노벨 수상자 4명의 분포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상자의 연구 업적은 근대 수학 발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분야이며 대체로 순수 수학에 한하고 있다. 노벨 수상자의 평균 연령이 60대인데 비하여, 필즈상 수상자는 평균 연령이 인생의 가장 화려한 나이인 30대로서 이미 수학이라는 학문의 최고봉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특히 필즈상은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수학 발전에 기여함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노벨상보다 더 특유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필즈상 수상자들은 수상 후 오랫동안 연구를 활발하게 계속하고 있으며 근래에 와서 급증하고 있는 수학의 자연과학, 기계공학, 사회과학 분야들에의 많은 응용의 원동력이 되는 수학 이론 발전에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근래에 와서 자연과학의 발전 추세가 보다 국제화됨에 따라 노벨상과 병행하여 필즈상의 일반 인식도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다. 1996년까지 밀노(J. W. Milnor, 1962), 스매일(S. Smale, 1996), 히로나카(H. Hironaka, 1970), 노비코프(S. P. Novikov, 1970), 야우(S. T. Yau, 1983), 모리(S. Mori, 1990), 젤마노프(E. Zelmanov, 1994)와 같은 필즈상 수상자들이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한국에서도 필즈상의 인식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전북대 수학통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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