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전북을 버릴 참인가
한나라당은 전북을 버릴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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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7.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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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치러진 한나라당 전북도당위원장선거가 중앙당의 추인을 받지 못했다. 6월 25일 실시된 선거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중앙당의 무효라는 결정에 따라 세 번째 도당위원장선거가 치러지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없을 연속 무효의 한나라당 도당위원장선거사태를 지켜보면서 와닿는 것이 있다. 단순한 한심스러움을 벗어난 분노가 그것이다. 결국 도당위원장선거 파행은 한나라당의 전북홀대에서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애들 장난’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4?15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전북에서 단 1명의 후보를 냈을 뿐이다. 득표율은 0.14%에 그쳤고, 정당투표에서도 3.4%의 초라한 성적표였다. 전국적으로 거둔 35.8%의 정당투표율에 비해 ‘해도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도민 지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그런 낮은 지지가 예견되었을텐데도 비례대표후보에서 조차 전북을 철저히 홀대했다. 더러 전북출신 인사가 앞 순위에 배정되었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출신만 전북인일 뿐이다. 출향한 재경인일 뿐 사실상 전북의 민심을 감당할 도내 인사는 아닌 것이다.

도민의 이익과 의견을 대변할 후보로는 라경균 김제지구당위원장이 28번에 올랐을 뿐이다. 비례대표 56석 중 21석을 차지한 총선 결과로 보거나 전?현직 대표의 호남 몫 3석 배정 약속과도 배치되는 전북 홀대였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영남지역 정당투표율이 22.3%(대구)~33.7%(부산)였다. 또한 지역구에서 4명(부산 1, 울산 1, 경남 2명)을 당선시켜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화의 초석을 놓았다. 열린우리당이 영남에서 그런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과연 무얼 했는가?

총선이 끝난 한 달쯤 후 한나라당은 이른바 ‘프로젝트 5107’행사를 열었다. ‘프로젝트 5107’은 ‘서진’, ‘전진’, ‘청진’이 핵심으로 2007년 대선에서 51%의 지지율을 얻어 이긴다는 집권전략이다. 그중 ‘서진’은 호남을 공략하는 것이다. 그 후속 조치로 ‘지역화합?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정의화)를 구성했다.

정위원장은 “한나라당이 (호남) 지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이긴 하지만 호남중에서도 전북에 대한 대책은 별로인 것 같다. 도당위원장선거파행이 단적인 증거이다.

그래서 도당위원장 선거파행은 더 볼성사나워 보인다. 중앙당 홀대와 도민들의 차가운 반응이라는 도도한 흐름 속에서 무얼 바라고 ‘그까짓’ 도당 위원장을 하겠다고 두 번씩이나 우세를 사는지, 그나마 미미한 정마저 천리만리 떨어져 나가버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역으로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한나라당 맨’임을 자쳐하고 자부심을 갖는 그들을 적극 키워 지지세 확산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도민에게 신망과 함께 지지받을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 ‘서진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한나라당의 전북홀대, 이대로는 안 된다. ‘프로젝트 5107’대로 차기에 집권하려면 전국 정당화가 필수이고, 그 정점에 전북도민의 민심이 절대적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지역의 맹주시대는 갔다. 그때 부풀어올랐던 가히 맹신이라 할 표심을 누그러뜨리는 일이야말로 한나라당이 전북에서 급히 해야 할 ‘서진’대책이다.

장세진<전주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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