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자율 질서의 날’로 정착 기대
‘시민 자율 질서의 날’로 정착 기대
  • 승인 2004.07.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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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과 타율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분명 자율 쪽일 게다. 그러나 자율 보다는 타율에 더 익숙해져 있는 현실인 듯하여 안타깝다. 자율이 더 좋은 줄 알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것은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사회 질서유지를 위해 만들어 놓은 최소한의 규제조차도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법 경시 풍조 때문일 게다.

  우리는 스스로 선진문화 시민임을 자처하고 나선다. 그러나 남이 보지 않는다고 하여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자를 과연 선진문화시민이라 할 수 있을까? 좋은 차에 화려한 치장을 하고 다닌다고 하여 선진 문화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질서를 지킴은 물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과 남을 먼저 배려하는 미덕을 실천하는 자가 진정한 선진 문화시민이 아닐까?

 지난 한 해 전북의 교통사고는 11,343건이 발생하여 554명이 사망하고 19,103명이 부상을 당하였다. 이는 매일 3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1.5명이 사망하고 52명이 부상당한 것이다. 인명은 참으로 소중하며 경중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살인사건이나 강도사건이 나면 민생치안을 염려하는 목청을 높이면서도 교통사고로 매일같이 50명 이상이 다치거나 죽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모두가 벙어리가 된 듯하여 씁쓸하다.

 우리는 늘상 교통사고로 피범벅이 되어 나뒹구는 사상자를 주변에서 쉽게 목격하면서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해 버린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나도 언제든지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일깨워 시민들의 교통안전의식을 높여 나가는 일이 아닌가 싶다.

 전북경찰청은 교통안전과 소통 등 현실적인 교통문제를 시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껴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자율질서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하여 전국 최초로 매월 1일을 시민자율질서의 날로 정하여 거리에 교통경찰을 배치하지 않았다. 시행하기 전 각계각층의 우려와 함께 경찰 일부에서도 조심스럽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도민들의 자율 질서의식을 믿고 시행 해보자는 배성수 청장의 확고한 신념에 따라 7월 1일 첫 시행한 바 있다.

  한번 시행한 결과를 가지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으나 7월 1일 ‘거리에 교통경찰 없는 날’의 교통사고는 22건이 발생하여 사망자 없이 26명만이 부상을 당하여 교통사고는 전년도 1일 평균보다도 오히려 적었으며 교통소통도 평소와 다름없는 원활한 상태를 보여 일단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거리에 교통경찰 없는 날’은 거리에 교통경찰이 없다는 단순한 의미보다는 현실적인 교통문제를 시민들이 스스로 해결하여 살기좋은 내고장을 만든다는 애향심을 심어주고 경찰 없이도 질서를 잘 지키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경찰에서 선진교통문화정착을 위해 ‘정지선지키기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은 시민들의 참여 없이는 결코 이루기 어려울 게다. 도민의 질서의식을 믿고 전국 최초로 실시한 ‘거리에 교통경찰 없는 날’이 부디 시민 자율 질서의 날로 자리매김 되기를 바라며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 드린다.

오윤아<전북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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