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산성 주변
남고산성 주변
  • 승인 2004.07.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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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교대에서 고덕산으로 올라가는 산 등성 아래 동쪽으로 내려진 성이 있다. 이 성이 남고산성이다. 멀리 후백제의 견훤(甄萱)이 성을 쌓았다하여 견훤성으로도 불리운다. 사적 294호로 지정되어 있다. 남고산성과 길 하나를 사이에 연해진 주변의 산 정상에 억경대(億景臺)가 있고 그 아래 봉우리에 만경대(萬景臺), 천경대(千景臺)가 있다. 그 모두 전주를 한눈 아래 내려보고 있다.

▼성은 곧 군사적 요새이다. 남고산성을 중심으로 전주의 동서남북에 네개의 절과 진터가 그것이다. 남고산성의 남고사(南固寺)와 남고진(南固鎭), 일명 중바위로 불리는 승암산(僧岩山)에 동고사와 동고진, 다가산 기슭의 북고사와 북고진, 그리고 황방산에 서고사와 서고진이다. 지금은 전주를 지킨 사고진(四固鎭)은 흔적도 없고 전주 수호신으로 네개의 절, 사고사(四固寺)만 남아있다.

▼억경대에서 내려와 천경대를 바라보는 남고사 바로 앞에 남고진의 사적비가 있다. 근대에 세워진 것으로 이고장 출신의 최영인이 글을 짓고 이삼만(李三晩)이 글을 썼다. 그러나 그보다는 만경대 남쪽 벼랑에 여말(麗末)의 충신 포은, 정몽주(圃隱, 鄭夢周)가 쇠퇴해가는 고려조를 한탄하며 읊었다는 바위에 새겨진 시 한수가 더 애처롭다.

▼때에 여말의 장군 이성계가 운봉지방에 준동하는 왜적과 왜장 아지발도(阿只拔都)를 섬멸하고 그의 고향 전주에 개선하는데 오목대에 전주이씨 종친들을 불러놓고 전승축하연을 크게 열어 대풍가(大風歌)를 부르며 그의 위세를 떨쳤다. 후세의 사가들은 이를 대조선 건국의 야망이며 이를 간파한 여말의 포은 정몽주가 기울어가는 고려조를 한탄하며 바위에 글을 새겼다는 고사다.

▼이러한 역사적 유서를 간직한 남고산성 주변이 몹시 훼손되고 무성한 잡초가 수북수북 쌓인 쓰레기로 흉물화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고산성이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정부가 보전,보수의 책임이 있거늘 어떻게 해서 이토록 사적 훼손이 심하도록 방치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루 속히 손을 써서 남고산성 주변을 잘 보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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