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의원의 첫 등원 소회
초선 의원의 첫 등원 소회
  • 태조로
  • 승인 2004.07.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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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모적인 정쟁’, ‘대안 없는 폭로와 비방’, ‘부정한 정치인을 보호하는 방탄 국회’, ‘법을 만들지만 지키지 않는 모순 덩어리’ 국회와 정치인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지난 제17대 총선에서 전체의원의 63%인 187명의 초선의원 등용이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187명 초선의원 가운데 한사람으로써 국민이 우리 초선의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거는 기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다른 정치인과 달리 정당활동 등 정치경력이 거의 없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정치문화 구현을 위한 걸림돌인 구태와 관행의 굳은살이 없어 모든 경험을 처음부터 새롭게 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스스로 여겨왔다.

당선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 4월 26일 2박3일간 강원도 당선자 워크숍에서 관계부처의 브리핑을 들으며, 지원할 상임위원회와 상임위활동에 대해 고민했던 때가 엇그제 같다.

 그런데, 오전 7시30분에 시작되는 각종 조찬모임, 당내 모임, 의총, 상임위 관련 회의, 각종 단체 면담 그리고 만찬의 모임으로 하루의 일과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얼마전 의정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첫 번째 상임위활동을 마쳤다.

숨 돌릴 수 없는 일정을 소화해 내며 내가 진정 국회의원을 왜 원했는지, 지역주민과 국민, 그리고 국익을 위해 당선자 때 그렸던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회의하고 고민해야 했다.

임기개시 1주일만에 겨우 국회의장단만을 뽑은 채, 상임위 구성과 위원장 선출에 대한 여야 당의 입장 차이로 국회 법을 어긴다며 일없는 세비만 챙긴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 최초 상임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상대 당 위원이 업무보고와 무관한 질의로 상임위가 순간 정쟁의 장으로 돌변했을 때, 정작 진행되어야하는 회의보다 참석자를 기다리거나 식사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거나, 본회의 의원참석을 재촉하는 안내 방송을 들을 때마다 제17대 국회도 과거 국회와 다름 없다는 국민의 따가운 질타와 실망스러운 시선을 감당할 길이 없어 고민의 무게는 더해 갔다.

그러나 나의 고민을 선배·동료 의원들과 함께 나누고, 국회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감시가 엄격할수록 제17대 국회가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은 더 명확해지며, 과거 국회와의 차별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리고 그러한 희망의 싹은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회내 구석구석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의원과 직용용 엘리베이터 구분을 폐지하자며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을 부인하는 동료의원의 작은 실천에서, 과열 현상이라고 우려(?)하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결성 붐에서, 본청 귀빈식당에서의 고비용 조찬회의보다는 의원회관내 샌드위치와 우유로 해결하는 조찬모임에서, 보좌진과 의원이 입법과 의정활동을 위해 활용하는 입법지식DB 이용건수의 폭주에서 우리 국회는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필연적으로 국민에게 전달될 것으로 기대한다.

바쁜 일정으로 인한 체력의 한계, 문득 문득 밀려오는 절망과 회의 그리고 국민의 날카로운 질타는 생선이 부패하지 않기 위해 필연적으로 필요한 소금과 얼음이라고 생각하며, 지금부터 4년 후 “국회의원들에게 뭔가 기대하느니 차라리 수탁이 알을 낳기를 기대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던 모 사회평론가의 말이 잘 못되었음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오늘도 흐트러진 마음의 끈을 조여 초심(初心)으로 돌아간다.

김춘진<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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