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20>무슨 짐승같은 짓들이냐?
평설 금병매 <120>무슨 짐승같은 짓들이냐?
  • <최정주 글>
  • 승인 2004.07.20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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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문의 법칙을 넘어 <33>

미앙생이 살뿌리를 옥문에 드리밀며 옥향의 허리를 앞으로 잡아당길 때였다.

“이것이 무슨 짐승같은 짓들이냐?”

느닷없는 호통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눈을 감고 있던 옥향이 어머, 하고 소리를 지르며 벌떡 몸을 일으켜 그네에서 내려왔고, 미앙생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살뿌리를 손으로 움켜 잡으며 돌아보았다. 장인 철비가 눈을 부릎 뜬 채 노려보고 있었다.

“장, 장인 어른.”

미앙생이 입을 쩍 벌린 채 몽둥이를 들고 숨을 씩씩 거리고 있는 철비를 바라보았다.

“이 짐승같은 놈, 그래도 사서삼경을 읽었다는 놈이 벌건 대낮에 이 무슨 짓이냐? 저 나무들한테 부끄럽지도 않더냐? 나뭇가지 사이에서 엿보며 쫑쫑쫑 흉을 보는 새들한테 수치스럽지도 않더냐? 내 너같은 짐승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구나.”

철비가 몽둥이로 미앙생의 등짝이며 어깨죽지를 사정없이 후려치기 시작했다.

“장인 어른, 말로 하십시오, 말로. 제가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옥향이 아닌, 다른 여자와 교접을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젊으나 젊은 우리들의 처지도 이해를 해주셔야지요.”

땅바닥을 딩굴면서도 미앙생이 입을 놀렸다. 그것이 화를 돋구었는지 철비가 더욱 힘차게 몽둥이질을 했다. 보다못한 옥향이 두 팔을 벌리고 철비를 말렸다.

“아버님, 서방님께 그러지 마세요. 제가 원한 일이랍니다. 조맹후의 그림을 보고 제가 춘흥에 겨워 서방님께 청했답니다.”

옥향의 말에 잠깐 몽둥이를 내려놓은 철비가 물었다.

“조맹후의 그림이라고?”

“예, 아버님. 조맹후의 그림에도 후원의 그네에서 남녀가 교접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 있답니다. 그 분처럼 이름 난 화가가 그런 모습을 그렸다는 것은 남녀간의 교접이 숨기고 감추어야만하는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옥향이 눈을 반짝였다.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철비가 어디, 조맹후의 그림을 좀 보자, 하고 말했다. 옥향이 얼른 조맹후의 그림을 가져다 주었다. 그림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던 철비의 이마가 일그러졌다.

“명색이 학문을 하고 시문을 짓는다는 놈이 이런 춘화도나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니, 네 놈은 애초부터 사람이 되기는 그른 놈이구나. 이런 걸로 순진한 옥향을 유혹했다니.”

철비가 조맹후의 춘화도를 갈기갈기 찢어댔다. 미앙생이 깜짝 놀라 철비에게 달려 들었다.

“아니, 장인 어른. 그 서첩이 얼마짜린 줄이나 아시고 그러십니까? 아마 이런 집 한 채 값은 더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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