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22>"서방님, 가시면 안 돼요"
평설 금병매 <122>"서방님, 가시면 안 돼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4.07.22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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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문의 법칙을 넘어 <35>

철비의 얼굴빛은 단호했다.

“좋습니다. 지금 당장 떠나겠습니다. 절 다시는 찾지 마십시오.”

미앙생이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문밖에서 다 듣고 있던 옥향이 울면서 매달렸다.

“서방님, 가시면 안 돼요. 며칠 지나면 아버님의 노여움도 풀릴 거예요. 제발 절 버리지 마세요.”

“매를 맞아가면서는 살기가 싫소. 그대야 한없이 사랑스럽지만, 교접도 못하는 사랑은 싫소. 내 얼마간 세상구경이나 하고 오겠소.”

“오시기는 할건가요?”

옥향이 물었다.

“우리의 인연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면 또 만나겠지요.”

“꼭 만나는 것이지요? 제게 돌아오는 것이지요?”

“자신할 수는 없지만, 난 아직도 그대를 사랑하오. 아까 중단한 교접을 다시 하고 싶을만큼.”

미앙생이 손끝으로 옥향의 젖통을 눌렀다가 떼며 말했다.

“저두요, 저두 그래요.”

옥향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러나 옥향을 다시 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언제 장인 철비가 들이닥쳐 몽둥이질을 할지 몰랐다.

“오늘밤만 주무시고 떠나시면 안 될까요? 날도 다 저물어가는데요. 제가 아버님께 허락을 받을께요.”

옥향이 팔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그런 옥향을 밀어내며 미앙생이 큰 소리로 장가를 오면서 데리고 왔던 시종을 불렀다.

“굉아, 굉이 어딨느냐?”

그러자 문간채 쪽에서 예, 저 여깄는뎁쇼, 서방님, 하는 시종 장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 안장 지워라. 이 집을 떠나야겠다.”

미앙생의 분부에 시종 장굉이 머라굽쇼? 하고 달려왔다.

“지금 길을 떠날 것이니, 말 안장을 짓거라. 가지고 왔던 전대도 잘 챙기고.”

“해가 곧 지려는데, 길을 떠납니까?”

장굉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라면 할 것이지 웬 말이 그리 많으냐?”

미앙생이 애꿎은 장굉에게 성질을 냈다. 주인의 심사가 나쁘다는 것을 눈치 챈 장굉이 예,예, 시키시는대로 합죠, 하고 마굿간 쪽으로 돌아섰다.

“장인 어른, 저 지금 떠납니다.”

그래도 인사는 하고 떠냐야할 것 같아 미앙생이 거실 쪽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떠날텐가? 잘 생각했네.“

문이 열리고 철비가 얼굴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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