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무더위속에 고사 직면
재래시장 무더위속에 고사 직면
  • 황경호 기자
  • 승인 2004.07.25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가철·무더위 지속되면서 소비자들 외면
 “흐유, 이제는 지나가는 행인 불러세울 힘마저도 완전히 빠져버렸어. 오늘을 또 어찌 넘겨야 할는지 그저 한숨뿐이구먼”

 전주 남부시장에서 생선 좌판을 하고 있는 김추자 할머니(68·가명·전주시 완산구 완산동)는 “요즘 장사가 되나요”라는 질문에 넋이 나간 표정으로 별반 반응이 없다.

 한참동안이나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김 할머니는 쇠파리의 앵앵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께어난듯 깊이 패인 주름살을 찡그린채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앞니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이빨사이로 한숨을 길게 내쉰뒤 어렵사리 말을 끄집어 낸다.

 “내가 이 곳에서 수십년동안이나 장사를 해왔지만 요즘같이 힘들기는 처음이여, 해가 밝아오면 하루 해를 어찌 보내야 할 찌 참으로 걱정이 앞서는 구만”

 “그동안 이른 아침부터 죽치고 앉아 있어 보지만 하루 수천원 벌기도 정말 힘이 들어, 더구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에는 아예 손님 구경하기조차 힘들뿐 아니라 손님을 불러 세울 기력마저도 사라졌어”

 모래내 시장에서 야채장사를 하고 있는 최성규씨(52)도 “그동안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해오던 재래시장이 이제는 아예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며 “연일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휴가철을 맞은 최근에는 아예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한숨을 앞세웠다.

 중앙시장에서 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63·전주시 덕진구 송천동)도 “예전같으면 복날등을 중심으로 닭의 수요가 크게 늘었으나 대형 유통시장등이 잇따라 문을 연 최근에는 성수기에도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이다.

 이같이 도내 재래시장의 경기는 그동안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시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별 효과없이 갈수록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휴가철인데다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냉방시설등이 제대로 갖춰진 대형 유통센터로 몰리면서 재래시장들은 거의 고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재래시장의 한 관계자는 “갈수록 유통시설의 고급화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시설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재래시장은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음에 따라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들이 외형가꾸기보다는 보다 실질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