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24>그녀를 안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를....
평설 금병매 <124>그녀를 안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를....
  • <최정주 글>
  • 승인 2004.07.25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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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문의 법칙을 넘어 <37>

“참아야지 어쩌겠소? 참고 기다리면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것이요. 다녀오겠소.”

“꼭 가셔야하나요? 안 가시면 안 되나요?”

옥향의 눈이 번들거렸다. 그런 그녀를 안고 싶은 마음을 꼭꼭 누르며 미앙생이 말안장 위에 엉덩이를 얹었다.

“절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마세요.”

옥향이 대문간의 기둥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옥향을 흘끔 돌아보며 미앙생이 말의 옆구리에 박차를 가했다. 말의 걸음이 빨라지자 장굉이 말고삐를 잡은 채 종종 걸음을 쳤다. 철비의 집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장굉이 흐흐흐 웃었다.

“왜 웃느냐?”

“쫓겨나는 서방님의 모습이 우스워서요.”

“머야? 이놈아.“

미앙생이 금방이라도 후려칠 듯 채찍을 치켜들었다.

“흐흐, 채찍으로 절 때리기라도 하시렵니까? 아까 다 보았구만요. 가슴이 조마조마했구만요. 주인 어른이 언제 돌아오실까, 망을 보고 있었는데, 아씨의 감청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제가 그만 깜빡 잊었지 머예요. 죄스럽구만요.”

장굉이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흐흐흐 웃었다.

“하면 옥향이와 내가 하는 짓을 구경하느라고 장인 어른이 오시는 것도 몰랐다는 말이더냐? 죽일 놈같으니라구.”

미앙생이 입맛을 쩝 다셨다.

“죽여주십시요, 주인 어른.”

장굉이 장난스레 고개를 푹 숙였다. 그만큼 두 사람은 허물이 없었다. 장굉은 미앙생이 어렸을때부터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았다. 따라서 미앙생이 저지른 온갖 짖궂은 짓들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 장굉은 미앙생이 거친 계집들의 얼굴은 물론 속옷 색깔까지도 훤히 꿰고 있을 정도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미앙생이 청루에서 기생을 끼고 술을 마신 다음에 술값 대신으로 잡혀있으면, 미앙생 대신 미앙생의 아버지한테 몽둥이를 맞고 술값을 가져다 주기고 했다. 시종노릇은 착실히 했으나, 입놀림은 늘 친구처럼 허물이 없었다.

채찍을 잠깐 들었다 놓으며 미앙생이 말했다.

“죽일래도 죽일수가 없구나. 이제는 네 놈이 내 유일한 동행인데.”

“잘 모실께요, 서방님.”

“허허허, 그래, 잘 모시거라. 얼마나 잘 모시는지 두고보겠다.”

미앙생도 허허허 웃고 말았다.

그날밤은 가까운 객잔에서 자고 다음날 새벽 일찍 길을 나섰다. 문득 곱게 잠들어 있을 옥향의 모습이 떠올라 사타구니 사이의 물건이 고개를 쳐들었으나, 애써 박차를 가했다. 물론 철비의 집으로 돌아가면 어떻게든 옥향이를 안을 수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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