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25>옥향의 옥문에 물건을 담가놓고
평설 금병매 <125>옥향의 옥문에 물건을 담가놓고
  • <최정주 글>
  • 승인 2004.07.26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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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문의 법칙을 넘어 <38>

어쩌면 짐승같은 사위놈이 멀리 갔을 것이라고 믿은 철비도 깊은 새벽 잠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난히 움직임이 좋은 옥향의 옥문에 물건을 담가놓고 한참동안 허우적이고 나면 한결 산뜻한 기분으로 먼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었다. 장굉에게 말머리를 철비네 집 쪽으로 돌리라는 말이 나오려고도 했으나, 그때마다 미앙생은 속력을 내라고만 재촉했다.

어차피 세상에 쌨고 쌨는 것이 여자가 아닌가? 객잔마다 여자는 넘쳐났다. 눈짓 한번이면 옷을 벗고 덤벼들 여자도 있을 판이었다. 일단은 떠나왔으니, 옥향이며 철비는 생각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서방님,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는 것이 어떨까요? 이놈도 배가 고픈 모양인데요.”

한나절을 걸었을 때, 장굉이 한 객잔 앞에서 말머리를 잡았다.

“그러자꾸나, 아무래도 저 산을 넘어야할 것같은데, 산 속에야 객잔인들 있겠느냐?”

미앙생이 대꾸하고 막 말에서 내리려 할 때였다. 객잔에서 나오던 스님 하나가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한 마디 툭 던졌다.

“허허허, 족제비가 말을 타고 다니는구나. 그 꼴이 참 가관이구나.”

스님이 말 끝에 혀를 쯧쯧차고는 걸음을 빨리했다.

“이보시오, 스님. 지금 머라고 하셨습니까?”

말에서 내린 미앙생이 큰소리로 물었으나 스님은 벌써 저만큼 가고 있는 중이었다.

“예사 스님은 아닌 것 같은데요? 얼굴에서 빛이 나던걸요.”

장굉이 말했다.

“이놈아, 얼굴에서 무슨 빛이 나더냐? 스님 주제에 술이라도 마신 모양이더구나. 그러니 대낮부터 헛소리를 하지.”

미앙생이 스님 쪽을 향해 눈을 흘겼다.

“방금 그 스님이 헛소리를 했습니까? 소인은 말이 어쩌고 하는 소리만 들었습니다만.”

“못 들었으면 되었니라. 천하에 땡중같으니라구. 가다가 넘어져 발이나 삐어버리거라, 에잇.”

족제비가 말을 타고 다닌다는 스님의 말이 영 기분이 나쁜 미앙생이 침을 퉤뱉았다, 그런데 미앙생더러 족제비라고 했던 그 스님과는 아무래도 보통 인연이 아닌 모양이었다. 미앙생이 점심에 곁들여 홍주까지 한 잔 마시고 얼큰한 기분으로 장굉에게 말고삐를 잡힌 채 흥얼흥얼 산길을 넘어가고 있는데, 또 쯧쯧쯧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귀에 익어 고개를 들어보니 점심 때의 그 스님이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다.

“아까 만났던 그 도사님이신데요? 서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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