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망명
기획망명
  • 승인 2004.07.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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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망명이라는 말이 요즘 자주 쓰이고 있다. 기획망명은 최근 북한을 탈출한 "탈북인"들이 인권단체나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중국내 외국공관에 진입해 망명을 신청하는 경우를 말한다. 옛날엔 없었던 정치적 신조어다. 그것도 한반도의 분단비극을 또한번 세계속에 드러나는 분단한국사의 한 단면이라는 데서 매우 서글프다. 기획망명이라는 말이 한국밖에 없으니 말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TV화면에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이 중국에 있는 외국공관 문이나 담벽을 집단적으로 넘는 처절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바로 그 담벽만 넘어서면 치외법관지대라서 정치적 망명이 용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이를 결사적으로 저지하려는 중국공안들과의 사생결단의 몸싸움은 참아 눈뜨고 볼 수 없는 비극의 현장이다.  

▼망명이란 종교, 사상, 정치적 이유 등으로 자기나라에 살지못하고 남의 나라에 몸을 의탁하는 것을 이른다. 국제법이 이를 허용하고 있고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한 망명정부도 있다. 몇년전 북한 노동당 황장협 비서가 한국에 망명한 것도 그 예이며 멀리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우리 애국지사들이 중국 상해(上海)에 우리 망명정부를 수립한 경우도 그 예다.

▼어제와 그제 이틀에 걸쳐 탈북자 450여명이 제3국을 통해 서울에 왔다. 어떤 경로로 450여명의 탈북자들을 한데 모아 두대의 비행기로 서울에 내리게 했는지 확실치는 않다. 다만 북한을 의식, 체류국과 두달간의 극비교섭 끝에 이뤄낸 탈북자들의 집단입국이라는 것만 밝혀지고 있을뿐이다. 누군가에 의해 이뤄진 하나의 기획망명일 것이라는 상상 어렵지 않다.

▼지금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중국과 동남아, 러시아, 극동지역을 떠도는 탈북자들의 규모를 30만명에서 5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얼마전 UN의 한 통계는 10만명으로 추정했다. 매우 큰 숫자이며 큰 문제다. 어떤 방안이 잡히지 않는 한 이들은 정처없는 떠돌이일 수 밖에 없고 나라와 겨레를 잃은 지구상의 고아일 수밖에 없다. 어떤 외교적 묘안을 찾을 수 없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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