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남과 세자매와의 아찔한 사각관계
매력남과 세자매와의 아찔한 사각관계
  • 송영석기자
  • 승인 2004.07.29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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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누구나 비밀은 있다
 여자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한 매력적인 남자와 세 자매와의 아찔한 사각관계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누구나 비밀은 있다(태원엔터테인먼트, 장현수 감독)’가 30일 전격 개봉한다.

 이병헌, 최지우, 추상미의 결합에 젊은 피 김효진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최강의 스타군단을 형성하며 기세등등하게 출발한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화려한 배우들 덕분에 제작 단계부터 수많은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작품이다. 게다가 개봉도 하기 전에 제작비의 두 배가 넘는 550만달러에 일본에 수출돼 또 다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로맨틱 섹시 코미디 장르를 선택한 이 영화의 전개 자체는 매우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다. 그러나 그 내용을 천천히 곱씹어 보면 패륜과 가족 해체까지 넘보고 있다.

 영국 영화 ‘아담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한 남자가 세 여자와 동시에 연애 행각을 벌이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재즈바의 보컬리스트로 일하는 자유분방한 셋째 미영(김효진)과 ‘쑥맥’ 학구파 둘째 선영(최지우), 유부녀 첫째 진영(추상미) 등 세 자매의 각기 다른 애정 방식을 담고 있다.

 엄마(선우용녀)가 운영하는 재즈바에서 재즈 보컬리스트로 일하는 막내딸 미영은 쿨한 성격의 소유자로 옛 남자에게서 정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새로운 상대를 물색하는 도시형 여우다. 그런 미영에게 잘하겠다고 울며 매달리는 남자(탁재훈)는 피곤할 뿐이다. 그러던 중 자신이 노래하는 재즈바에 놀러 온 손님 수현(이병헌)은 준수한 외모에 깔끔한 매너를 겸비한 남자로 미영이 꿈에 그리던 완벽한 이상형의 남자다. 미영은 수현에게 과감하게 대시를 하고 둘은 초스피드로 연인 사이가 된다.

  수현은 막내 미영에게 족하지 않는다. 경험으로 알아야 할 세상사의 이모저모를 책에서 구하는 학구파 둘째 선영에겐 인문학적 교양을 과시해 접근한 뒤에 ‘남 몰래 흘리는 눈물’로 모성에 결정타를 날린다. 유부녀인 첫째 진영이라고 의연할 수는 없다. “가족끼리의 섹스는 근친상간”이라고 주장하는 무덤덤한 남편의 그늘에서 자기가 ‘여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고 살던 그는 ‘섹시하다’거나 ‘목선이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수현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는 걸 느낀다.

 이 세 여자의 미묘한 심리를 이미 감지한 절대 매력남 수현은 그녀들의 감춰진 욕망을 은밀하게 충족시켜 준다. 서로의 눈을 피해 수현과 차례로 사랑을 탐닉하는 세 자매의 아슬아슬한 게임이 시작된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는 일차적인 내러티브 방식에서 벗어나 동일시점을 두번씩 교차 편집해 반복영상으로 보여주는 구성상의 ‘트루기’를 시도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또 탁재훈이나 정준하 등 개성 넘치는 카메오와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로 솔솔찮은 재미도 더하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한 남자를 다르게 기억하는 자매의 시선이나 관계에 대한 묘사보다는 한 남자가 세 여자 ‘정복’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스캔들’처럼 밀고 당기는 심리전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세 여자 눈에 비친 다양한 이병헌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사회통념상 비도덕적, 비윤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톡톡 튀는 대사와 재치 있는 유머로 가볍게 그려낸 ‘누구나 비밀은 있다’. 어찌보면 여성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이 영화는 가벼운 터치로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고 발랄하게 만든다. 하지만 톱스타들의 유례없는 노출장면이라는 대대적인 홍보문구와는 달리 노출 수위는 관객의 기대에 못 미쳐 톱스타의 노출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관람한다면 실망감만 안고 나올 것임에 분명하다.

 탄탄한 원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빈약하고 상투적인 스토리로 결론 지어버린 연출력은 기대를 한참 밑돌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설을 깨지 못했다는 의견과, 비범하고 무거운 주제를 재치 있는 연기와 연출력으로 한층 승화시켰다는 의견 중 개봉후에 나올 평은 과연 무엇일까 새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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