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가마솥
  • 승인 2004.07.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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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날씨가 섭씨 35도를 오르내리고 있어 가마솥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가마란 높은 온도를 유지하여 토기나 숯. 기와 등을 구워내는 굴을 말한다. 그래서 가마의 어원은 ‘검다’ 의 변종 ‘감다’에 둔 것으로 원래 ‘검은 것’이라는 뜻이 있다. 그리고 솥은 ‘쇠’에 어원을 둔 단어로 그것이 만들어진 재료에 의해 붙은 이름이다.

 ▼옛날에는 거의 가마솥에 밥을 지었다. 대가족 제에서 많은 식구들이 한꺼번에 식사를 하려면 큰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마솥이 등장했다고 보지만 가마솥은 우리 어머니들의 정서와 사랑이 가득 담아 있는 주방기구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기계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지금은 전기밥솥에 밀려 가마솥 찾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가마솥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누룽지다. 누룽지의 옛말은 ‘눌은 티’이다. 누룽지의 ‘지’는 부수라기를 뜻하는 ‘티’가 구개음화 법칙에 따라 ‘치’로, 다시 ‘지’로 변한 것으로서 ‘눌은 부수라기 밥’ 이란 뜻이다. 누룽지에 찬물을 부어 꿇이면 구수한 숭늉이 된다. 숭늉이란 말은 한자말 숙랭(熟冷)의 말소리가 변한 것이다. 숙랭은 ‘찬물을 익힌 것’이란 뜻이다.

 ▼똑같은 밥을 먹어도 가마솥에 지은 밥은 맛이 있고 구수하다 그것은 충분한 열을 가해서 밥 자체가 완전히 익었기 때문이다. 여름의 무더위를 가마솥에 비유하는 뜻도 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유된 것 같다. 여름에는 많은 오곡 백화가 익어가고 있다. 이러한 곡식들이 가마솥과 같은 더위 속에 충분히 익어야지 결실이 잘되고 풍년이 든다.

 ▼지금의 더위가 조금은 고통스러울지 모르겠으나 이것이 벼가 잘 자라고 익는 자연의 법칙이라고 볼 때 우리로서는 더 불평을 해서는 아니 된다. 작년에 냉해로 벼가 익지못해 우리는 많은 손실을 봤다. 더울 때는 덮고 추울 때는 추운 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보면 올해의 무더위는 풍년을 예고하는 길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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