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벨상엔 수학이 없는가(2)
왜 노벨상엔 수학이 없는가(2)
  • 승인 2004.08.02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벨은 유언장을 두번 작성했다.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작성된 첫 번째 유언에 호그스콜라는 다른 대상들과 함께 상속에 포함되었는데, 이는 미타그레플러의 노력의 결실로 볼 수 있겠다. 비록 두번째 유언에서는 노벨이 유언이 전부를 노벨상에 기증함으로써 무산되기는 하였지만, 두 사람 사이에 개인적인 관계가 존재했다 하더라도, 노벨이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한 이념으로 노벨상을 창설하는 마당에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상의 취지를 왜곡시키는 것은 스스로 용납했을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이를 감안할 때, 노벨상에 수학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수학에 대한 노벨의 관심부족 때문이다 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와 미국에서 주장하는 연적설은 단지 흥미 본위의 해석으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미타그레플러는 노벨상에 수학이 제외된 것과 관련하여 수학계의 비난의 표적이 되어 왔다.

많은 수학자들이 노벨상에 수학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고, 그 때마다 노벨과 미타그레플러 간의 이야기가 거론되곤 했다. 하지만 현대 수학의 역사를 통해 볼 때 미카그레플러는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의 창시자인 존 찰스 필즈(John Charles Fields, 1863-1932)와의 다년 간의 우정을 통해 이러한 수학계의 불만을 해소하는데 일조를 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1969년부터는 노벨 경제학상이 추가되었는데, 이것은 노벨 기금과는 별도로 1968년 스웨덴국립은행의 창립 300주년기념사업의 일환으로서 제정된 것으로, 수상자는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에서 선출한다.

  그러나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서 필즈 메달이 미흡한 점이 지적되어 왔다. 예를 들면, 필즈 메달은 4년마다 수여되기 때문에 노벨상에 비해 관심을 끌지 못하며, 명문화된 것은 아니나 관행상 40세 미만 수학자에게만 수여되는 데다 순수수학에서의 성과에만 초점이 주어져 응용수학 방면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남겨도 필즈 메달을 받기가 어렵다. 또한 노벨상의 상금이 100만 달러에 상당하는데 반해 필즈 메달은 1만 달러 상당의 적은 상금이 주어진다는 것도 필즈 메달의 미흡한 점으로서 거론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5차 방정식의 불가해성을 증명한 노르웨이 수학자 아벨(Niels Henrik Abel, 1802-1829)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2002년 1월 노르웨이 학술원에서 제정되었다. 아벨 상은 매년 순수?응용수학 분야의 심도 있고 영향력 있는 연구 성과에 대해 주어진다. 예를 들면 수학의 어느 분야의 근본 문제라 할만한 것을 해결하거나, 유용한 새 문제 해결법을 창출해 내거나, 기존의 여러 결과를 아우르는 통합 원리를 제시하거나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그에 해당한다. 아벨 상은 연령에 관계없이 매년 1명에게 주어지는 것이 원칙이나, 여러 사람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큰 성과를 낸 경우 공동으로 수여할 수 있다. 수상자는 매년 4월에 공표되고, 6월에 시상식이 거행된다. 상금은 제정 당시 노르웨이 화폐로 600만 크로네(약 75만 유로)가 책정되었다.

 수상자 후보 추천 및 결정은 노르웨이 학술원에서 지명한 아벨 위원회(Abel Committee)에서 행한다. 아벨 위원회의 위원으로는 국적에 관계없이 저명한 수학자 5명이 임명되며,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1번 연임할 수 있다.

  2003년 6월 3일에 시상식이 거행된 제 1회 아벨상 수상자는 프랑스 수학자 장 피에르 세르(Jean-Pierre Serre, 1926-)이다. 1960-70년대 프랑스 수학계의 흐름을 주도한 공리주의 수학자 집단 부르바키(Bourbaki)의 일원으로 잘 알려진 장 피에르 세르는, 20세기 후반에 위상수학, 대수기하학, 수론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특히 위상수학의 호모토피 이론과 대수기하학의 층 이론에 남긴 업적으로 그는 1954년에 필즈 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전북대 수리통계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