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방문기
워싱턴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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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8.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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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미 국회의원들과 전직관료, 한반도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한반도의 평화문제를 논의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포럼(Korean Pennisula Peace & Security Forum)’의 한국의원단 대표로 미국 워싱턴을 지난 7월19일 방문하였다. 일주일간 우리 일행은 미 국무성 제임스 켈리 차관보, NSC 마이클 그린 동아태담당 선임보좌관,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대사 내정자 및 프렌드가스트 UN 정무담당 사무차장 등을 만나 북한 핵문제 및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관심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기회를 가졌다.

9.11 테러의 상처를 간직한 미 국방성 건물, 뉴욕의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진 자리를 보존한 Ground Zero 지역을 차례로 방문하며, 2001년 9월 11일 이후 달라진 세계를 다시 한번 실감하였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워싱턴과 2004년 7월의 공기는 무척 차이가 있었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과 북한에 대한 불신, 남한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지난 1월의 워싱턴을 지배했었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6자회담의 긍정적 진행으로 2004년 7월의 워싱턴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미동맹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제4차 6자회담과 미국의 11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이 처음으로 북한 외교관의 워싱턴 방문을 허용하였다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향한 매우 작지만 의미있는 성과였다. 특히 북한 외교관의 워싱턴 방문 허용이 회의를 불과 4일 앞둔 7월 16일(금) 전격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미 행정부가 무척 고심속에서 전향적인 결정을 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전포럼’은 분단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미 3국의 입법부가 모인 진지하고 귀중한 3자 회의였다. 금번 회의기간 동안 한반도 핵문제의 해법에 대한 실질적 제안이 이루어졌다.

북측 대표의 워싱턴 방문에 큰 역할을 한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인 바이든 의원은 국과 북한사이의 신중하고, 진지한 대화를 촉구하면서 북한에게는 핵무기가 결코 안보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안보의 위협이 됨을 상기시켰다. 그는 협상만이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한편, 미행정부는 존 볼턴 미국무성 군축?국제안보 담당차관보를 통해 리비아식 북핵문제의 해법을 내놓았다. 미국 방문중에 만난 켈리 차관보와 마이클 그린 NSC선임보좌관도 리비아식 북핵문제 해법을 우리측에게 전달하였다. 북한의 박길연 대사는 기존의 동결대 보상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하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함과 동시에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 의지를 보다 강하게 밝혔다.

한국측 대표로 나는 ▶상호관심사안에 대한 포괄적 일괄타결, ▶북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 폐기, ▶그에 상응한 보상조치의 동시적 이행이라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미 국무성 및 NSC 관계자들을 만나서는 북측이 북핵문제에 대한 분명한 해결의지가 있음을 설명하고, 북한이 안전보장에 대한 위기의식과 상호불신으로 리비아식 해법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설명하고 보다 진지한 미국의 협조를 부탁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는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성과는 북한 핵문제와 남북간 국회의원 교류에 대한 의견을 북측의 박길연, 한성렬 대사와 진지하게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박대사 일행에게 4차 6자 회담이 전례없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회를 이용해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길연 대사는 우리들의 요구를 평양정부에 빠짐없이 건의할 것이고 대답했다.

박길연 대사 일행은 뉴욕행 비행기를 6시에서 9시로 미루면서 우래옥에서 동포환영만찬에 함께하였다. 박대사는 상기된 표정으로 “조선반도의 굳건한 안전과 통일을 위해서는 2000년 북남 공동선언이 기본이 돼야 함을 가슴 뜨겁게 절감했다”며 “공동선언을 실현하기 위해 북과 남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한국측을 대표해 나는 이들을 향해 “이미 통일은 이루어졌다”는 故 문익환 목사님의 말을 인용하며, “남북간에는 마음의 분단이 없음을 오늘 알았다”며, “6자회담 등을 통해 남북문제와 통일에 방해되는 장애물을 제거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가 이루어질때까지 미주 동포들의 눈물어린 노력이 새겨져 있음을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통일을 위한 노력이 정부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민간차원의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이번 평화포럼과 한국의 국회의원 일행의 방문을 통하여서 동포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용해되고 남북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향해 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20일 워싱턴에 울려퍼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한반도 평화의 새시대를 여는 우렁찬 노래가 되어 전 세계에 울려퍼질 그날을 소망한다.

장영달<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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