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새로운 패러다임
아파트의 새로운 패러다임
  • 김진
  • 승인 2004.08.03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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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신고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매매가격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건설경기 침체까지 겹쳐 올 상반기 건설 수주액은 작년에 비해 22.2%가 감소하여 경기침체의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소규모 주택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으며, 그와 맞물려 지난해까지만해도 2만가구대에 머물던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도 5만 가구를 넘어섰다. 불과 한 달 전에 비해 11%가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한 계약자들의 피해 또한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받아서 사고가 난 사업장만 10여개 업체에 3.400여 세대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일부지역의 과도한 분양가 상승이나 전매열풍은 어찌된 일일까? 실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 수준은 경제규모 및 가계소득에 대비해 볼 때 세계최고라는 분석이 있다.

 또한 97년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일본과 대만, 홍콩 등에서는 주택가격이 50~67% 가량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택가격은 98년 대비 97.8%나 상승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도 신규 주택가격을 나라별 1인당 GDP와 비교해보면, 미국이 8.3배, 일본과 영국이 11.8배인데 비해 한국은 23.7배라는 것이다. 이를 역으로 추산해 보자면 평균 수준의 소득을 가진 서민들이 내 집을 갖기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고 24년이라는 세월동안 모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는 수도권의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면 현실이 그렇기도 하다. 전주도 최근 들어 일부 유명아파트들이 분양되며 분양가 상승이 일어났고, 기타 지역의 아파트 값도 1년 새에 상당부분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국내 주택건설시장의 경우 신도시 개발, 주택 200만호 건설 등 정부의 지속적인 주택 대량공급 정책과 IMF 경제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미분양 주택이 계속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여, 주택시장의 성격도 공급자 주도시장(Supplier`s Market)에서 수요자 주도시장(Buyer`s Market)으로 변화하게 되리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이러한 주택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업체들도 이제는 소비자 기호에 맞는 가격과 다양한 품질의 주택 개발에 나서야 할 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업체들이 ‘지어만 놓으면 팔린다.’는 공급자 위주의 경영과 주먹구구식 마케팅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요구될까 두렵다. 현실에서 아파트는 두 가지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주거개념이요, 또 하나는 재산증식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장의 아파트는 팔리지 않고 빈집이 늘어가고 있다. 아파트를 완공 한 후에도 분양하지 못한 악성 미분양 물량도 6월말로 8.300여 세대나 된다.

 무엇이든 팔리지 않고 남아돌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시장의 기본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의 재산적 가치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택지개발이나 재개발 시 현지 주민들에게 보상차원으로 주던 입주권이 ‘딱지’라는 이름을 달며 시작한 <고위험 투자 상품>이 어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개딱지’까지 생겨났으며, 최근 들어서는 가짜 입주권인 ‘물딱지’까지 만들어 내며 아파트의 투자가치를 북돋아왔으나,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주거개념의 가치가 더 커져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가진 재산이라곤 아파트 한 채 밖에 없는 소시민들에게는 재산증식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는 허탈한 얘기겠지만, 집 한 채 없는 서민들에게는 한없이 반가운 얘기 일 수도 있겠다.

김진<국제관광무역학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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