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수입량 급증, 대처 방안은 없나
김치 수입량 급증, 대처 방안은 없나
  • 승인 2004.08.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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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김치 수입량이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더니 급기야 수출량을 추월하였다고 한다. 몇 일전 농림부와 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수입된 김치의 양은 23,244톤으로 17,278톤에 그친 수출량에 비해 34.5%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번에 발표된 수입량 수치는 완제품 김치의 수입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품목상 김치로는 분류되지 않지만 사실상 단순히 섞는 과정만 거치면 김치가 되는 절임배추와 김치속 수입까지를 고려한다면 실제 김치 수입량은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가격 면에서 보면 수출단가가 수입단가보다 훨씬 높아 수출액은 수입액의 6배에 달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수출단가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 같다. 중국산 김치에 비해서 우리나라 김치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비싼 가격에 수출되는 것은 ‘김치종주국, 코리아’ 라는 인식과 해외동포들의 애국심의 발로에 의한 것이지 전적으로 제품의 질적 우수성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김치 맛이 중국산 보다 좋다고는 하지만 국내의 중국산 김치 수입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서 기술자를 파견하고 김치재료를 엄선하여 사용하게 한 결과 중국산 김치의 질이 우리나라 김치 못지않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솔직한 의견이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을 외국 소비자들이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맛은 별로 차이가 없는데 한국산 김치가 너무 비싸다. 굳이 한국산을 먹을 필요가 있는가’ 라며 중국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대비 김치 수출량 증가가 8.8%에 불과 하다는 것이 이러한 경향을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중국산 김치의 질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인식은 외국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 음식점과 단체급식소 등 대량으로 김치를 소비하는 곳들에서는 이미 중국산 김치가 국내산 김치를 밀어내고 있으며 일반 개인 소비자들도 중국산 김치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실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국내 김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치업계에서는 웰빙 상품으로 유기농 채소로만 만든 김치를 출시하여 품질의 고급화를 꾀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싼 관계로 소비자층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큰 사업성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김치업계 공동생존 전략이 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김치산업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없는가 ?

얼마 전 세계화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할 때 내건 슬로건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것만이 갖는 특징을 찾아내서 그 특징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김치산업 활성화의 해법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추장하면 누구나 다 순창고추장을 최고로 친다. 위스키하면 당연히 스코트랜드산을 의미하는 스카치위스키가 최고이다. 이렇듯 제품명 앞에 지역명이 붙어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당연히 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품이 우수한 이유는 무엇인가 ? 물론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가 좋고 제품을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 습도, 바람 등의 기후조건이 제품의 발효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고추장, 위스키 등은 발효식품으로 숙성조건에 따라 맛과 영양학적 특징이 달라진다. 김치 또한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그리고 중국과 우리나라와는 기후가 다르다. 그렇다면 김치의 특징도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맛도 맛이지만 우리나라 김치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파악하여 마켓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 식품선택의 기준 중에서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식품의 기능성이라고 한다. 순창고추장의 인기는 맛뿐만 아니라 우수한 기능성 때문이다. 순창고추장은 다른 지역의 고추장에 비해 항암효과가 훨씬 뛰어나다고 한다. 이러한 순창고추장의 영양학적 우수성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하늘이 준 천혜의 기후조건에 의한 것이다. 김치의 성분 또한 발효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받으므로 우리나라 김치와 중국산 김치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별로 김치의 영양학적 가치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나라 김치와 중국산 김치의 기능성 비교 그리고 우리나라 지역별 김치의 기능적 특징 등에 대한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어 진다.

아울러 기능성 김치의 개발도 필요하다. 외국인들이 김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실, 맛보다는 김치가 갖는 기능성 때문이다. 김치는 항암효과를 가지고 있는가 하면 다이어트효과도 있고 정장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김치의 이러한 기능성을 최대한 부각시켜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측면에서 기능성이 강화된 기능성 김치를 개발하여 상품화하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종재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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