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의 벽을 뚫는 사람 들
인종의 벽을 뚫는 사람 들
  • 승인 2004.08.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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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스포츠 분야에서 한국인의 약진 상이 눈부시다. 사실 한국계 선수라야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를 뿐 국적이 다르고 돈을 보고 뛸 뿐인데 동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 내려주는 청량제가 되고있다. 한국선수가 끼여있는 뉴욕 메츠 야구경기장에는 한국에서 날아온 풍물패와 함께 “김치사세요, 인삼도-”라는 상품홍보 축제가 벌어지는 판이다.

단 한 명의 스포츠 스타가 수 백 명의 외교관이 할 수 없는 일을 해 내기도 한다.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샛별은 한국계 여자 골프선수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다. 올해 나이 갓 14세로 앳된 중학생이지만 아마추어 골프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는 예선도 거치지 않고 전통있는 프로대회에 초청되어 구름 같은 관중과 보도진을 몰고 다닌다. 올 여자US 오픈은 위 선풍 덕에 관객이 10만 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학교수인 아버지가 딸의 캐디로 따라다니는 것도 팬들의 정감을 더 한다. 샷 때마다 끼여드는 아버지의 코치에 대해 위 선수는“아버지의 말은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린다”고하여 웃기기도 했다.

위선수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언변이 좋아 돈 방석에 앉은 골프 황제 타이거우스 보다 값나가는 유망주로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스포츠는 경제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포춘 500대 세계기업’에 한국기업이 11개 사나 들어 있다. 하지만 체력과 재력은 빛나는 데 반해 우리에게 지력(知力)을 상징하는 정신세계의 스타가 부족하다.

월드컵 신화를 만들어낸 것은 장하나 과학분야에서 노벨상 하나 받지 못 했고 평화상 수상으로 노벨의 한은 풀었으나 문학상에 목말라있는 우리가 아닌가.

하지만 우리에게도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2세3세들이 있다. 먹고 살만 해지면 그 다음에 도전장을 내는 것이 창조적 꿈의 세계가 아닌가. 미국 주류사회에서 이창래(39)씨만큼 돋보이는 작가도 없다. 헤밍웨이팬 문학상 수상자로 현재 프린스턴대학에서 창작을 가르치고있는 그는 이번 여름에 ’하늘 높이‘(Aloft)라는 세 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그는 이미 ‘네이티브 스피커(원어민)‘와 ‘제스처 라이프(겉치레 인생)‘라는 두 편의 소설로 21세기를 이끌 미국 소설가 20인 중의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나서 세 살 때 이민 왔지만 훌륭한 한국계 작가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냥 작가라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인의 대변자가 아니라 한다. 한국을 소재로 쓸법한데도 차라리 인간 보편의 문제를 떠 안고 고민한다. 한국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파 해치는데 도전하여 작품세계의 지평을 무한히 넓혀가려는 의욕이리라.

이 달부터 세계최고의 로스쿨이라는 미 예일대 법대 학장에 한국 출신이 들어앉았다. 한창 불붙은 미국 대선전은 예일대 동문끼리 자웅을 겨루는 꼴이지만 부시부자로부터 클린턴 부부에 이르기까지 내려 12년을 예일 출신이 백악관주인이었다. 이같이 대통령 양성소 같은 명문대 법대학장에 한국 출신이 임명된 것은 한국이민 100년 사에 남을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 출신 국제법 학자였던 고광림씨를 아버지로 둔 헤럴드 고(고홍주, 49)씨가 그 영광의 주인공이다. “재주가 덕을 이기면 안 된다. 엘리트보다 사람이 되라“는 엄한 가훈 속에 성장한 듬직한 인물이다. 고 학장은 9/11은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면서 어이없는 약점을 가지고 있슴을 입증한 것이라며 상호의존의 세계에서 공동의 이상을 추구하는 세계인을 길러내는 것이 꿈임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는 미국에서 뜨고있는 이들 스타들을 통해 정체성을 찾는데 본보기로 삼을 수는 없을까. 300년 전통의 예일대에서 글로벌 지도자 양성의 중책을 맡은 고 학장에게서 그가 물려받은 한국정신과 자신이 펼칠 교육철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기대되며 이제 큰 붓을 든 작가 이창래의 툭 트인 지평, 그리고 골프 스타 미셸 위의 힘찬 스윙과 함께 유머감각도 철철 넘치기를 바란다.

최규장<재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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