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부인(竹夫人)
죽부인(竹夫人)
  • 백남혁 기자
  • 승인 2004.08.11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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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 모시옷에 통영 갓, 전주 합죽선이라는 말이 있다. 더위를 쫓는 납양삼제(納凉三題) 쯤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하얀 모시옷에 통영 갓 쓰고 전주 합죽선을 활활 부칠 양이면 그것이 멋도 되고 더위를 쫓는 풍류적 납양물로도 적격이었을 것이다. 옛날 선비나 상류층에서 느긋하게 즐겼던 여름나기 납양삼제다. 여름을 나는 풍속도는 이밖에도 몇가지가 더 있었다.

▼그 중 하나 죽부인이라는 게 있다. 대(竹)로 사람의 키만큼 긴 원통형으로 엮은 기구다. 살이 겹치는 사타구니나 겨드랑이 부분에 땀이 차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피서기구다. 여름의 남정네가 부인 대신 꼭 끼고 잔다고 해서 "죽부인"이라 이름하였을 것이다. 이밖에 대로 만든 "대발"이나 "등토시"가 여름나는 피서도구로 널리 애용되었다.

▼대발이나 등토시는 팔에 차거나 조끼처럼 몸에 걸치는 대나무 옷이다. 모시나 삼베옷을 그 위에 걸치면 그 사이로 바람이 솔솔 통해 더위를 잊게 하는데 더없는 구실을 했다. 여름에 대청 마루나 대로 짠 평상도 더 없는 여름 더위를 식히는 도구다. 대청마루에 올이 가는 돗자리 깔고 낮잠 한소금 즐기는 것도 그리고 동구밖 감나무밑 평상도 여름나기, 여름풍치의 으뜸이었다.

▼이열치열이라 해서 더울 수록 따순 음식을 들었다. 천렵을 하여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먹었고 황구를 잡아 개장국을 끓이기도 했다. 또 여름 보양식으로 육계장이나 인삼, 마늘, 대추 등을 넣은 삼계탕을 즐겼다. 서민들은 아침나절에 깊은 샘속에 매달아놓은 넓직한 소쿠리를 끌어올려 시원한 찬물에 보리밥 한덩이 말아 풋고추에 된장 찍어먹는 맛도 일미였다.

▼원래 쇠뿔도 뽑는다는 삼복더위다. 여름은 더워야하는 것이 정칙이다. 그러나 그 더위가 너무나 기승이다. 전주지방은 연일 30도를 웃돌아 근 열흘 이상을 34도에서 35∼6도를 기록하고 있다. 밤에도 25∼6도를 넘어서 연일 열대야가 이어져 잠못이뤄 하고 있다. 내주에 가서야 한풀 꺾인다는 예보는 있다. 땅의 훈짐이 식는다는 처서는 아직도 열흘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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